맑음 쾌청 선선
자고 나면 나아져있을까?라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다리는 아팠다.
아픔이 날카로운 통증이라기보다는 무릎관절
어딘가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이다. 지난날 경험으로
볼 때 무릎에 물이 찼을 것 같다.
내 아침은 어제 사둔 삼각김밥과 커피,
아이들은 남편이 아침에 스벅 가서 사 온 베이글과
카스텔라였다.
뭇국 있고 반찬 있는데 굳이 빵 먹겠다는 아이들…
다 먹어갈 즈음 시부모님이 오셨다.
명절 앞두고 시할머니댁에
미리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내 부모님에게도 그랬지만 시부모님에게는 더더욱
나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죄송스럽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 어쩌랴…
최대한 회복에 만전을…
아버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도를 종류별로
큰 봉지 가득 사 오셨다. 한동안 포도를 신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리문제로, 첫째는 감기가 아직 낫질 않아
할머니댁은 남편과 둘째만 동행했다.
우리 모녀만 남은 일요일 점심.
늦은 점심으로 키토김밥과 일반 김밥을 시켜 먹었다.
첫째는 아직 생각이 없다기에 나만 먹고
나머지는 냉장보관했다가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이 와중에도 김밥은 맛있다.
밥을 먹고 너무 실내에만 있는 것 같아 마당으로
나갔다. 책을 들고 해먹에 드러누워 읽었다.
다리를 쫙 펼 수 없으므로 무릎을 살짝 세운 채
그렇게 어정쩡해 보이는 자세로 해먹에 누워있었다.
‘내일 예약 없이 가는데 진료보기가 가능할까?’
‘어떤 처방이 내려질까?’
‘전에 말했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게 되려나?’
‘그건 1회성으로 그칠 수 있는 걸까?’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 누워
머릿속은 아수라장이었다.
발목과 얼굴에 모기를 두 방 물린 뒤 정신 차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받은 포도를 씻어
첫째 아이와 함께 간식으로 먹었다.
오후가 되자 남편과 둘째가 돌아왔고
셋이 마당에서 노는 동안 저녁을 차렸다.
아침에 먹은 진통제가 약발이 다 됐는지
다리가 무거웠다.
김밥을 꺼내고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 담았다.
그리고! 라면!
김밥엔 라면이라고 외치는 남편과 첫째를 위해
두 개를 끓였다. 물론 나는 한가닥도 먹지 않았다.
나는 키토김밥 몇 개와 소고기뭇국을 퍼 먹었다.
후식은 작은 애플포도 몇 알.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일요일이니 몸무게를
재 봤다. 지난주 대비 -600g.
생각보다 변화가 미미한 이유는 어제, 오늘
거의 못 움직인 게 원인인 것 같다.
게다가 너무 잘 먹었다.
다리가 이리 아프게 되었으니
나의 식단 변화가 관절부위에 있어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과자, 빵, 간식, 라면, 튀김, 술.
이 정든 품목들과 멀어지며 얻은 게 있다면
아직까지는 약간의 체중감소와(2주간 -2.1kg)
피로감 감소 정도가 전부 같다.
그래도 처음 결심한 바와 같이
최소 3주 이상은 지속해 볼 것이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일단 좀 더 경과를
지켜볼 맘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이래저래
유난히도 길고 힘든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내일이면 병원에 갈 테니까,
그리고 조금은 나아질 테니까!
좋게 좋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