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빗방울
오늘만 되면 병원에 갈 테니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거야.
라던 어제의 내 바람은 와장창 무너졌다.
병원 홈페이지 공지에 분명 오후진료였는데
오늘은 의사 선생님의 외부일정으로
오전 단축진료만하고 현장접수는 안 받는다고 해서
결국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
와르르…
남편은 오늘만 휴가를 냈는데 어쩌지?
급히 둘째 낳기 전 다니던 개인 병원에 연락 후
방문했다. 오랜만에 찾아가 그간의 소식을 간략히
전한 후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봤다.
물이 찼을 거란 내 예상과 달리 크게 물이 찬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대체 왜???‘
우선 보행에 지장이 생기니 힘줄이 붓고
조금 문제가 돼 보이는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받았다.
스테로이드 주사라…
썩 내키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당장 내일부터 이틀간 아침~저녁까지
두 아이를 챙겨야 하므로 어떻게든 상태가
호전되는 게 중요했다. 주사를 맞았다.
병원을 나서니 어느새 점심때도 지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걸렀다.
약을 먹어야 해서 우유 한 컵에 콜드브루 원액을
조금 타서 먹은 게 전부였다.
남편이 동행했기에 함께 얼큰한 칼국수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이 와중에도 맛집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목구멍에 걸려있던 눈물도 콧물도 모두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맛있게 먹고 인근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도넛으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하나만
시켜 남편 다 주고 나는 딱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며 책을 좀 읽다 왔다.
사실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주사를 맞아서 그런 건지 체력저하인지
자꾸 눕고만 싶었고 누워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무촌관계 남편이라지만, 하루 휴가일에
내 일 대신시킨 것도 미안한데
눕고 싶다 징징대기까지 할 순 없는 일이었다.
둘째 하원하고 도서관 책 반납까지 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됐다.
첫째까지 픽업해 저녁 외식 계획이었으나 도저히
그만큼은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집에서 먼저 내렸다.
첫째도 안 가겠다 하는 바람에 남편이 둘째만
데리고 외식하고, 첫째 먹을 닭강정을 사 왔다.
그 덕에 오랜만에 나도 튀김옷 붙은 닭을 먹었다.
샐러드채소에 토마토, 포도 몇 알 더 넣고 닭강정도
몇 조각 더 넣어 드레싱 없이 저녁으로 먹었다.
오늘은 종일 목구멍까지 눈물이 차오른 날이었다.
아픈 나 자신이 속상했고 그로 인해 힘들어진
남편과 보살핌 받지 못한 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참고 또 참았는데 저녁 무렵 엄마의 전화를 받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 또 나아지겠지.’
평소엔 이런 말을 해왔지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지금 하나도 안 괜찮아 엄마,
몸도 맘도 너무 힘들어, 뿌엥~~~‘
하고 엉엉 울고 싶었지만
3층 제 방에 있는 첫째에게, 수화기 너머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울다가
엄마가 자꾸 말 시켜서 들켰다.
“엄마, 나 먼저 끊을게요.”
하고 성급히 통화를 종료했다.
‘인생사 오르막길, 내리막길’
이런 힘든 날 있으니 또 빤짝! 하고
빛나는 날도 올 테니까.
하곤 얼른 티비를 켰다.
다행이었다.
이런 날 수영 경기를 해서.
금메달을 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