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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까멜리아 Sep 26. 2023

9월 25일 월요일

흐리다 빗방울

 

오늘만 되면 병원에 갈 테니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거야.


라던 어제의 내 바람은 와장창 무너졌다.


병원 홈페이지 공지에 분명 오후진료였는데

오늘은 의사 선생님의 외부일정으로

오전 단축진료만하고 현장접수는 안 받는다고 해서

결국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


와르르…


남편은 오늘만 휴가를 냈는데 어쩌지?


급히 둘째 낳기 전 다니던 개인 병원에 연락 후

방문했다. 오랜만에 찾아가 그간의 소식을 간략히

 전한 후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봤다.

물이 찼을 거란 내 예상과 달리 크게 물이 찬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대체 왜???‘


우선 보행에 지장이 생기니 힘줄이 붓고

조금 문제가 돼 보이는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받았다.


스테로이드 주사라…

썩 내키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당장 내일부터 이틀간 아침~저녁까지

두 아이를 챙겨야 하므로 어떻게든 상태가

호전되는 게 중요했다. 주사를 맞았다.


병원을 나서니 어느새 점심때도 지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걸렀다.


약을 먹어야 해서 우유 한 컵에 콜드브루 원액을

조금 타서 먹은 게 전부였다.


남편이 동행했기에 함께 얼큰한 칼국수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이 와중에도 맛집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목구멍에 걸려있던 눈물도 콧물도 모두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맛있게 먹고 인근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도넛으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하나만

시켜 남편 다 주고 나는 딱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며 책을 좀 읽다 왔다.


사실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주사를 맞아서 그런 건지 체력저하인지

자꾸 눕고만 싶었고 누워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무촌관계 남편이라지만, 하루 휴가일에

내 일 대신시킨 것도 미안한데

눕고 싶다 징징대기까지 할 순 없는 일이었다.

둘째 하원하고 도서관 책 반납까지 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됐다.

첫째까지 픽업해 저녁 외식 계획이었으나 도저히

그만큼은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집에서 먼저 내렸다.

첫째도 안 가겠다 하는 바람에 남편이 둘째만

데리고 외식하고, 첫째 먹을 닭강정을 사 왔다.


그 덕에 오랜만에 나도 튀김옷 붙은 닭을 먹었다.

샐러드채소에 토마토, 포도 몇 알 더 넣고 닭강정도

몇 조각 더 넣어 드레싱 없이 저녁으로 먹었다.


오늘은 종일 목구멍까지 눈물이 차오른 날이었다.


아픈 나 자신이 속상했고 그로 인해 힘들어진

남편과 보살핌 받지 못한 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참고 또 참았는데 저녁 무렵 엄마의 전화를 받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 또 나아지겠지.’


평소엔 이런 말을 해왔지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지금 하나도 안 괜찮아 엄마,

몸도 맘도 너무 힘들어, 뿌엥~~~‘


하고 엉엉 울고 싶었지만

3층 제 방에 있는 첫째에게, 수화기 너머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울다가

엄마가 자꾸 말 시켜서 들켰다.


“엄마, 나 먼저 끊을게요.”


하고 성급히 통화를 종료했다.


‘인생사 오르막길, 내리막길’


이런 힘든 날 있으니 또 빤짝! 하고

빛나는 날도 올 테니까.

하곤 얼른 티비를 켰다.


다행이었다.


이런 날 수영 경기를 해서.

금메달을 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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