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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까멜리아 Oct 04. 2023

10월 2일 월요일

맑음

오늘 아침 공복과 오후에 몸무게를 재봤다.

놀랍게도 똑같았다. 전보다 1kg이 빠져 있었다.


먹는 양과 종류를 확실히 줄이고 바꾸긴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체중이 줄어드니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다.

다이어트가 목적인 식습관개선은 아니었지만,

체중감량은 긍정적 요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은 남편이 룸서비스 부럽지 않게 차려줬다.

조개미역국, 동그랑땡, 스팸구이와 밤밥이었다.

집에 식판이 아이 들 거만 있다 보니

아이 식판에 담아줬는데 그 양도 많아 밥은 반만

먹고, 동그랑땡 두 개와 스팸구이 3조각,

나머지는 미역국과 함께 먹었다.


점심은 패스하고,

조금 이른 저녁으로 카레를 먹었다.

남편이 직접 장보고 만든 첫 카레였다.

내 집에서 이렇게 차려준 밥을 먹기는 처음이다.

출산 후에도 조리원을 나온 다음부터는 반찬 배달을

시킬지언정 내가 밥을 해 먹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여러모로 낯설고 기분이 이상하다.


오늘이 일기 쓴 지 딱 3주 되는 날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난 3주간 식습관을 거의 완전히

바꿨다. 가공식품은 만두를 조금 먹었던 것 빼면

거의 없고 초반에 참지 못하고 냉동실에 있던

붕어싸만코 한번 먹은 게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단순당 간식의 전부였다.


끼니용 샌드위치에 든 빵이 아니라면 빵과 쿠키도

먹지 않았으며, 밥을 먹더라도 밥은 반 공기만

먹었다. 밀가루조차 아예 끊은 건 아니어서

칼국수도 먹고 만두도 먹었다. 다만 한 끼 식사로

적당량만 먹는다.


다리가 아파 웬만하면 눕고 앉아 쉬었는데도

입술이 터졌다. 입술헤르페스가 있는지 몸이

피곤하면 꼭 입이 터지는데 그동안 잠잠하다가

쉬기 시작하니 두 개가 한꺼번에 생겼다.

그동안 나는 쉼 없이 내면의 에너지를 알뜰하게도

긁어모아 쓰고 있었나 보다. 회복 속도가 더디지만,

앞으론 내 몸도 잘 돌보고 챙겨야겠다.


지금 무릎통증으로 걷는 게 불편해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들이

나아졌다.


몸 전체적으로 부종이 빠져서 숨어있던 쌍꺼풀이

밖으로 나왔고, 피부도 좋아지고 머릿결도 더

부드러워졌다. 손톱표면도 매끈해지고

체중도 3~4kg 정도 줄어들었다.

(시작점이 몇 이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둘째 출산 후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출산 후 최고 무게 대비 7kg 이상 가벼워졌다.


그동안 나는 ‘꼬르륵’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난 적이

많았다.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소리가 크게

나다 보니 사람들과 조용히 대화하는 순간이 오면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소리를 감추려

일부러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조금씩 계속 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리가 없어졌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사람까지도 들을법한

우렁찬 ‘꼬르륵’ 소리가 사라졌다.


새벽 1시가 되도록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영화,

유튜브를 봐 대던 때와 달리, 지금은 11시 전후,

늦어도 12시를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아침에 온몸이 무거워 일어나기 힘든 일도

없다.


지난 3주 동안 내가 바로잡고자 했던 식습관은

초가공식품, 단순당 끊기였다.

사실 ‘끊기’보다는 ‘줄이기’가 더 적당한 표현일 것

같지만 이만하면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단 음식이 먹고 싶지 않고,

처음엔 조금만 먹어보라며 권하던 가족들도 서서히

당분을 줄이는데 동참해가고 있다.


과자가 있던 자리는 당분제로 그래놀라로 대체됐고,

확실히 전보다 물과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

과일도 당 함량이 워낙 높은 식품이라 많이 먹는 건  

좋지 않다 하니 이 부분도 천천히 바꿔가려고 한다.

제철과일 적당히 먹고, 채소, 버섯 위주의 식단으로

변해가야겠다.


3주가 지났으니 일기도 여기서 마무리지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간,

특히 다리가 괜찮아지는 때까지는 조금 더 써

보려고 한다.


3주 동안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정말 많은 감정기복이 있었고, 그때마다 모든 것을

담지는 못했지만 일기로 남기며 일정 부분 해소된

부분들도 있었다. 또한 의지력이 솜사탕보다 나약한

내가 3주나 이 습관 바꾸기 도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일기 덕분이었다.

매일 써야 하기에 매일 조심하고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앞으로 며칠치의 일기를 더 쓸지 모르겠지만,

일단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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