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고려비색
도자기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로 시작의 문을 여는 저자는 개괄적인 형식으로 도기와 자기에 대해 설명한다. 도자기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유약에서 중국 청자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사진 도판을 통해 실질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설명을 참조하자면, 과연 도자기의 발상지로서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고려청자의 기원과 다완을 비롯하여 벽돌가마에서 흙가마로 훑어가는 우리의 도자기 역사를 살펴보면, 11세기 고려청자가 왜 그토록 의미 있는 유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고려청자의 예로서 <청자양각꽃무늬다완>, <청자음각앵무새무늬다완>과 같은 유물을 보면, 그 자체로서 엄청난 예술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는 없지만 연두색을 띠고 무늬가 예리한 음각선으로 새겨지거나 정교하게 나타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강진과 부안의 자기소를 다루고 있는 것은 11세기 이후 고려청자가 강진과 부안의 가마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12세기 예종 연간의 문화 발전사를 접하다 보면, 비록 미약하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어떤 식으로 고려청자의 문화가 꽃피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서긍의 《고려도경》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는 도준이라는 소위 도기 술병에 대한 기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료를 통해 고려청자의 비취색을 비색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등 역사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후손들에게 있어서는 행운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여요풍의 순청자와 인종 장릉 출토 청자참외모양꽃병, 청자다완과 탁잔에 다루고 있는 고려청자유물은 천하제일의 고려비색으로서 그 가치를 톺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12세기 순청자 명품에서 다루고 있는 고려청자 유물로서는 발, 접시, 병, 매병, 정병, 주전자, 향로, 유병과 합, 연적, 베개 등 당시의 실용적인 제품들을 사진 도판으로 직접 직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깊다고 할 것이다.
양이정의 청자기와를 보면 수많은 기와와 같은 건축 소품에서도 예술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자와 부장 유물을 통해서는 당시 부장 제도와 유물의 예술적 성과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할 수 있지만 그 수가 지극히 드문 것이 안타까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청자는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훌륭한 도자기 예술품의 하나로 인정할 만큼 그 가치가 위용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그 실물과 현실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장에서는 다행히 저자의 노력으로 사진으로나마 실체적인 유물을 접하고, 이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 깊었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