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욱 / 중앙북스
여태까지 읽었던 시집이나 단행본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읽었던 책이다. 파격적인 형식의 시 모델을 제시한 혁신적인 텍스트, 바로 <서울 시>다.
그렇다면 이 책에 왜 <서울 시>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저자는 말한다. 서울에서 사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의 흔한 감정들에 그저 제목을 붙인 짧은 글들이라고. 저자는 묻고 대답한다. 서울 시에 공감하셨냐고. 만약 공감을 했다면 그건 당신과 나의 삶 사이에 ‘평범함’이라는 교집합이 있는 것이라고.
책의 표지를 보면 저자가 약간은 엉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 소개는 작가와 소, 개 사진을 연결시켜 놓았고, 작가의 말은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말 사진을, 목차는 발로 목차는 사진이 전부다.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는 저자이기에 저자의 작품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긴다.
다음은 책 표지에 실린 저자의 시다.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中에서 -
이 책은 시의 제목을 읽고 시를 보기보다는 시를 읽고 시의 제목을 맞추는 것이 더 스릴이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었어도 책을 완독 하는데 몇 분 걸리지는 않는다. 그만큼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의 내용이 빈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힌 착상을 시로 탄생시킨 저자의 센스에 감탄하게 될 뿐이다.
시는 짧지만 긴 여운을 준다. 그것은 아마도 생각과 관념들이 어떤 필터작용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활자화된 데서 오는 시원함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글자 몇 자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우리의 무딘 감성에 촉을 건드리는 그런 일을 저자가 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SNS 100만 명 구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시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집을 읽어보면 약간은 허무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이 어떻게 시가 되고, 콘텐츠가 되어 상업적으로 판매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긴 줄 시에 익숙했던 우리의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깬다. 단 몇 줄의 시가 어떤 운율이나 글자 수에 상관없이 ‘아하’하는 느낌표를 만들어 내고, ‘어, 이게 왜’라는 물음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감과 의문의 수사학으로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