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글씨와 사경

예술로서 글씨와 삽화

by 정작가


이 장에서는 고려의 글씨와 사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고려 시대 글씨라면 서예를 말하는데, 이 분야는 통일신라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그 이유를 문자의 보급, 책의 출판이 확대된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서체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것도 주요한 이유로 본다.


글씨에 대해 기술한 항목에서는 명필의 집자비, 비문의 글씨, 명필인 탄연과 이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는 비교적 그와 관련된 서술이 짧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이해보다는 단편적인 이해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오래된 역사적 서술에 의존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자료도 부족했던 이유가 클 것이다. 그래도 저자의 노력으로 이런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고려 시대 글씨에 대한 이해도를 축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는 있을 것으로 본다.


사경은 불교의 경전을 필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사경과 인쇄를 묶어 설명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경에 대한 언급이 많고, 인쇄 부문으로 본다면 어제비장전 판화, 고려대장경과 금속활자본 직지가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또한 단편적인 일화 중심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해당 부분을 살펴본다면 당시의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당시 자료가 사진 도판으로 마련되어 있어 직접적으로 사경의 형식과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 되기는 할 것이다. 사경에 대한 항목은 원나라의 사경 요청, 국왕 발원 사경, 개인 발언 사경, 불탑과 복장을 위한 사경, 법화경 사경보탑도, 전기의 사경변상도, 충렬왕 때 사경의 신장상, 후기의 사경변상도, 회화적인 사경변상도 등이 있다.


<어제비장전>은 판화 형태로 전해지는 유물이다. 이를 통해 당대의 인쇄 분야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려대장경은 고려 시대의 인쇄 문화의 절정을 이룬 유물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통틀어서 몇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귀중한 자산으로 볼 수 있다. 해인사의 고려대장경판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값진 유물이지만 그보다도 그런 유물을 큰 손실 없이 보전해 온 이력이 더욱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활자본 직지 또한 독일 구텐베르크 인쇄술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라고 하니 과연 세계 최고의 보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의 글씨와 사경, 인쇄 문화의 궤적을 통해 비로소 고려 시대의 찬란했던 문화와 유물이 결코 세계사에 견주어 변방의 위치에 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거의 흔적들을 통해 비로소 현재의 문화예술 역량이 허투루 형성된 것이 아님을 직관할 수 있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아마도 고려 시대 세계를 주도했던 문화예술로서의 글씨와 인쇄 문화의 발현으로 인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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