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아이러니

스피치의 말들

by 정작가

폭력을 휘두르는 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그저 약한 자 위에 군림하기 위함이다. 인간관계에서 대화, 타협, 소통 등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아버리는 훌륭한 창구 역할을 한다. 그런 것들을 마다할 때 폭력은 발생한다. 폭력의 발생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강제력으로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고자 하려는 이유도 있다. 권력이나 명예를 탐하기 위한 목적은 고렷적부터 폭력의 단골 소재였다. 때로 폭력은 주체할 수 없는 약물의 힘을 통해서 발현되기도 한다. 음주 후에 나타나는 무분별한 행태 또한 절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1990년 그날도 그랬다.


술을 마신 선배라는 자가 다짜고짜 기숙사 문을 열더니 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인간에게 논리적인 대화가 이뤄질 리 만무했지만 너무 솔직하고, 융통성이 없던 나는 그냥 돈이 없어서 없다고 말했던 것뿐인데, 갑작스럽게 날아온 펀치로 그대로 넉다운이 되어 고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그냥 어디 가서 돈을 꾸어오겠다는 둘러대고 자리만 피했어도 화를 면했을 텐데,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터라 얼떨결에 폭행을 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얼마 후 가해자의 모친이라는 분이 찾아와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장 어머니가 이곳에 올 형편이 아니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태도가 돌변하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보호자가 나서서 책임을 묻고 따졌을 상황인데 그런 상황이 생략되어버리니 안심을 했던 것 같다. 물론 병원치료를 해주고, 마무리를 해주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자기 아들을 두둔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고, 졸지에 가해자는 위로를 받고 피해자는 그조차도 사치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만 해도 시골에 집이 있고, 청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터라 타지에서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차마할 수 없어 스스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아무리 철이 없었어도 그 상황이 너무 억울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 반복적으로 이런 말이 맴돌았다.


'나도 엄마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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