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 컬처그라퍼
건축, 다소 생경한 분야다. 관련 책을 읽은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쉽사리 읽히지는 않았다. 건축 관련 용어가 도배된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 분야가 아닌지라 낯선 느낌이 든 이유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딱딱한 것은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흥준이 추천사에서 밝힌 것처럼 건축가 승효상은 글을 잘 쓰는 문필가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글이 맛깔스럽다. 건축과 관련된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드러내는 내용들을 보면 박학다식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예술이 주는 궁극적인 즐거움인 ‘낯설게 하기’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껏 그 매력에 도취될 수도 있겠다. 여행과 건축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요소를 배합하여 사유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책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흑백 톤의 사진들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한 담론을 서술한 책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범위를 한정해 놓고 책을 읽다 보면 정작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시를 읽어보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 책 제목을 박노해의 시에서 따온 것도 나름 의미는 있을 것이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은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들이 많다.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구조물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영적 성숙’을 이루게 하고, ‘불확정적 비움’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고도 한다. 인문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는 소쇄원, 불교 건축물인 부석사나 선암사, 수도원의 풍경 등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의미는 그 존재 자체로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폐허가 되어 사라지는 건축물의 운명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한다. 미완의 건축물에 대해서는‘역사는 중단함으로써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저 인간에 의해 수동적으로 직조된 건축물이 마치 생명처럼 인간의 역사와 괘를 같이한다는 의미를 다시금 확인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