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윤 / 숲
음악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접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 후로 한 편의 뮤지컬을 관람하기까지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뮤지컬이 대중화된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더라도 이토록 공연예술에 무감각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세월을 흘려 넘긴 셈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흔히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 그 작품들인데 이 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의 위치는 단연 독보적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도서,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의 문화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탄생 배경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작곡가와 카메론 매킨토시라는 제작자의 만남이 있었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지만 이들의 만남으로 인해 새롭게 탄생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그 후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공연예술사에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이후, 1988년 미국 브로드웨이로 넘어와 30년 동안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그 어떤 뮤지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그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설도윤의 저작으로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집필한 책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뮤지컬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지 상세한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2001년 우리 무대에 오르기까지 배우 섭외, 오디션, 공연장 대관 등 일체의 진행과정을 보면 한 편의 뮤지컬이 문화산업의 일부로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인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원작자인 가스통 르루의 생애, 뮤지컬 드림팀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또한 뮤지컬 탄생의 주축이 되는 인물인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베버, 연출가 헤럴드 프린스,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사가 찰스 하트, 안무가 질리언 린 등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볼 수 있게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한 편의 뮤지컬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따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공연예술의 한 축인 뮤지컬은 문화산업의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상업적인 이익이 우선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물론 무대장치, 음향, 의상, 분장, 오케스트라, 프로듀서 등 각기 속한 영역에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뮤지컬의 성공은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히 뮤지컬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편의 뮤지컬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문화산업으로서 뮤지컬이 어떤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또한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재탄생할 수 있었는지 상세히 설명해 줌으로써 그동안 뮤지컬에 대해 가졌던 막연했던 의문점을 풀어주기도 한다.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한 발짝 뮤지컬에 다가설 수 있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만한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