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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이준영, 권혜진, 전미영, 김희정 / 미래의창

by 정작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 재직 중인 김난도 교수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집필진에 의하여 탄생한 트렌드 관련 스테디셀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시리즈는 2009년 트렌드 예측부터 시작되었지만 개인적으로 2010년을 기점으로부터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첫 책으로 고르게 된 것이다. 지나간 트렌드를 복기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트렌드 흐름을 고려할 때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이 책은 제1부 2009년 회고, 제2부 2010년 트렌드 전망, 제3부 트렌드 예측 방법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9년 트렌드를 회고하는 데도 거의 책의 절반 정도를 할애하고 있어 사실상 2009년과 2010년 트렌드가 합본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굳이 2009년 트렌드를 따로 연구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2009년의 트렌드 중점은 무엇이었을까?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CTC)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09>에서 제시한 10대 소비트렌드는 ‘BIG CASH COW’이다. 소(COW)띠 해를 맞아 세계적으로 불황인 예견된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현금(CASH) 창출이고, 이런 위기에서 크게(BIG) 벗어나길 소망한다는 의미로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 2009년의 트렌드 특징을 보면 아무래도 세계 경제 위기를 거친 직후라 그런지 소비성향이 실리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펙을 높이기 위해 공부에 열중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 불황이니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소박한 행복 찾기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위축된 것이 아니라 나름 고급문화를 향유하려고 하고, 연예인과 일반인의 자리가 바뀌는 듯한 현상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유독 이 해의 신조어는 취업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 이구백, 장미족, NG족, 필터링, 강의 노마드족, 메뚜기 인턴 등 당대 처해있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긴 하다.


2010년은 아무래도 호랑이해다 보니 10大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TIGEROMICS’란 조어를 만들었다. 코리안 시크, 딴짓의 즐거움, 매너남녀, 나이야 가라! 스타일에 물들다 등이 이와 관련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진하기 위한 의지가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이 해의 가치정향을 살펴보면 국가와 지역적 쇄신, 소비지향적인 시스템 변혁, 경계를 허무는 개성의 발현, 내외면의 미적 향상 등으로 트렌드를 정리할 수 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은 핵심 키워드다. '나날이 쇄신하여 더 높은 차원으로 성숙해 가는 나, 너, 우리가 되자'는 모토를 가지고 전진의 기치를 드높이던 시절이라 할 수 있겠다.


2년의 트렌드를 합본하다 보니 다소 혼란스럽다는 느낌도 지울 수는 없었다. 신조어를 봐도 쉽게 이해되는 단어는 흔치 않았다. 직조된 용어에 의미를 맞추다 보니 다소 작위적이다는 느낌도 들긴 했다. 키워드 중 ‘물의 르네상스’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수많은 집필진이 참여했지만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고, TIGEROMICS라는 소비트렌드를 돌출해 냈다는 점에서 보면 박수를 보낼 만하다. 제3부 트렌드 예측방법론을 보면, 트렌드 예측 범위를 설정하고 자료수집과 분석, 핵심가치 도출 및 검증, 명명 및 커뮤니케이션 등 복잡한 절차를 통해 중요한 트렌드를 판별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된 수많은 집필진들을 보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 한 권의 책이 탄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트렌드 분석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 방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책 <트렌드 코리아 2010>은 당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성을 검증한다고 해도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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