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 한길사

by 정작가

대사상가인 루소의 저작 《에밀》, 《사회계약론》은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작이지만 정작 당대에는 이 저작들로 인해 저자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그런 상황에 처한 루소가 어느 한적한 섬에서 도피하며 보내던 와중에 집필한 책이다. 도합 열 번의 산책을 기록한 이 책은 마지막인 열 번째 산책을 미완으로 남긴 채 루소의 유고작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이 책을 보면 저자의 진솔한 생각이 곧잘 표현되어 있는데 책을 출간하고 도피하면서 겪게 된 고통과 방황, 상처가 그대로 녹아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몽상과 성찰에서 오는 사유의 나래는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이다. 하지만 세상과 벽을 둔 채 고독한 상태에 머물러있는 상황이 그리 녹록할 수만은 없다. 이는 더욱더 고독을 부채질하고, 그 속에서 대철학자는 자연에 동화되는 기쁨을 누리며 몽상에 젖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저자의 성향이 나와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철학자의 위대함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 사유하고 몽상에 잠기는 행위가 근래 들어 심화되고 있는 내 상황과 일치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단지 대철학자와 나의 다른 점은 그런 상황에서도 이런 명저를 남길 수 있는 역량의 차이랄까.


무릇 위대한 사상가는 개인사가 불행하다는 통설이라도 있는 것일까?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 책의 저자인 루소의 경우에도 자기 자식들을 고아원에 보낼 만큼 곤궁한 위치에 직면했고, 문제가 된 저작들을 발표하면서 쫓기는 자의 위치로 전락한 현실, 그로 인해 유배당하듯 섬에 안착하게 된 사실을 보면 개인적으로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불행해 보였던 삶이 정작 저자 자신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니 이런 지독한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아직 루소의 저작인 《에밀》과 《사회계약론》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계기로 역사적인 그의 저작들을 읽고, 혁신적인 사상으로 역사의 흐름을 돌려놓은 위대한 업적을 다시금 곱씹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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