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커피숍을 찾는 이유

스피치의 말들

by 정작가

요즘은 일상적으로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을 찾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지만 불과 7, 8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만큼 커피숍을 혼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막상 혼자 오더라도 긴 시간 동안 머무르려면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차를 몇 잔씩 시킨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주 단골로 가는 커피숍엘 가니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혼자 작업하기에 커피숍이 좋은 이유는 단연 백색잡음 때문이다. 경쾌한 음악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대화소리는 혼자라는 느낌에서 멀어지게 한다. 집에서 홀로 고요한 상태에서는 잡념만 들고, 유튜브에 중독되기 일쑤다. 하지만 커피숍에서는 보는 눈이 있으니 잠을 잘 수도 없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커피숍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최적화된 것은 글쓰기다. 이곳에서는 주로 도서리뷰를 쓰는데 마음먹고 쓰면 두서너 시간이면 한 편의 리뷰를 완성할 수 있다. 도서리뷰를 한 편 완성해서 블로그에 올리게 되면 그때부터 네이버 검색 엔진에서는 불이 난다. 마치 검색 중독자가 된 것처럼 수시로 조회수를 확인하고, 상위에 글이 올라갔는지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 한 편 마음 한 곳에서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콘텐츠를 생산해서 블로그에 올리면 마치 자식을 사지에 내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요동친다. 이 콘텐츠가 과연 호평을 받을 것인지 조회수가 늘어날 것인지 좌불안석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만큼 글에 애정이 간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한 번 올려놓은 글이라고 해서 관심이 뚝 끊어지지 않는다. 계속 글을 읽다 보면 오타를 찾게 되고, 비문인 것은 수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십수 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콘텐츠는 비로소 블로그에 안착된다. 고로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 커피숍은 필수적으로 들려야 할 장소가 된 것이다.


매번 커피숍에 온다고 해서 글이 막힘없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몇 줄조차 제대로 글이 써지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지 않으면 낯설듯이 글쓰기 또한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신나게 흐르는 비트음악 장단에 의지하며 흔히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고즈넉이 혼자 만의 시간을 누리는 호사를 경험할 수 있으니 이런 느낌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을 모른다.


가장 이상적인 바람은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지만 그런 바람이 금방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요즘 같아서는 한 달에 책 한 권 제대로 읽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런 바람을 갖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멀티독서라고 해서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며 매일 한 권씩 마무리 독서를 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런 일이 현실에서 꼭 불가능하리란 법도 없다. 언젠가는 그런 날들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머지않아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인간 삶에 있어서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커피숍은 그 어떤 곳과도 바꿀 수 없는 최적화된 공간이라도 자부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선 단골로 다니는 커피숍이 없다면 그런 곳을 한두 군데 정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늦게까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감안해서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을 지정해 두는 것도 좋은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되어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이제는 혼자 잘 노는 것도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독서나 공부를 위해서라도 커피숍을 찾아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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