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 21세기북스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는 오래전에 구입한 책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산지 몇 년 만에 읽게 된 책이다. 한때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던 저자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하여 몇 년 동안 가족과 떨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배움을 위해 다시 일본에 있는 예술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학구열도 있다. 그런 저자의 저작이기에 이전부터 관심이 갔던 책이다. 우선 소장부터 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덜컥 구입은 했는데 제법 두툼한 책이라 그동안 엄두가 나지 않아 읽지 못했다.
<에디톨로지>는 일종의 편집학이다.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부제는 이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준다. 저자는 ‘창조’라는 말보다 ‘창의’라는 말을 선호한다. 창조는 아무래도 신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의 것들을 변형하고, 바꾸고 응용하는 것이 창조, 즉 창의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고로 이런 가치는 편집에서 나온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요지다.
창조, 창의라는 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인물은 아마도 스티브 잡스가 아닐까 싶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도 독창적으로 발명한 것은 없다. 기존의 제품들을 변형하고, 응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출물을 탄생시켰을 뿐이다. 세상 그 어디에도 창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재편집한 과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책의 부제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지식과 문화, 관점과 장소,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가 이 책을 구성하는 핵심 주제다. 이런 주제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파편화된 이야기들은 주제로 수렴하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차근차근 드러내 준다. 다소 철학적인 요소도 가미된 내용들을 이해하기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조금 어려워도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낫다. 몇 번 읽어야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좋다. 조금 어렵긴 해도 노력해서 읽어 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누가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로 책을 통해서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든 어렵사리 구한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편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천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저 편집될 뿐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