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 사계절출판사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처음 알게 된 저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처음 이 책을 대면하고 나서 느낌은 좋았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마음의 반향을 일으키게 해 준 책이었음엔 틀림없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강신주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유명세에 다시 한번 읽게 된 책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필두로 강신주의 저작을 읽은 것이 벌써 세 권이나 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상처받지 않을 권리>, <강신주의 맨 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은 철학이라는 세계를 알려주고, 특히 강신주를 열광하게끔 만든 저작이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읽고 제대로 소화한 것은 아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도 마찬가지다. 두 번을 읽어봤지만 여전히 난해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인문학을 다루고 있다. 인문학이 문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철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철학도 엄연히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부제인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은 철학을 기초로 한 인문학적 상담 역할을 표방한 책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책에는 다양한 철학자와 그에 따른 저서가 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을 토대로 다루어진다. 가령 전철 안에서 하이힐로 발을 밟혀본 일화를 통해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이름조차도 생소한 철학자와 저서가 수십 편 넘게 소개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사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으니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만한 책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통해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색다른 즐거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그런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사유할 수 있는 즐거움은 비단 철학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은 철학적인 사유를 기초로 하는 것이 많다. 나 또한 인생을 살면서 그런 철학적인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막상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책에 수록된 수십 편의 과제(?)만으로 인생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더라도 우선 일상의 문제들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되새겨보고, 그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습관에 길들여진다는 의미에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주는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이 책에서 소개된 저서 중에서 나름 관심 가는 책이 몇 권 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드보르의 ≪스펙터클 사회≫가 그 책이다. 이 책들은 강신주의 책을 읽게 되면서 알게 된 책들인데, 그의 저서에서 제법 비중 있게 다룬 책이거나 개인적으로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찜(?)해 놓은 책들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기본적으로 텍스트로 삼은 책이다. 48가지 감정의 철학적인 고찰을 하는데 텍스트로 삼은 책이니 만큼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사유의 의무에 대한 가치를 다룬 책이다. 한나 아렌트라는 유명한 철학자를 알게끔 해 준 책으로 히틀러와 연관이 있다.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사회≫는 국가와 자본이 연출하는 사회적인 메커니즘을 다룬 책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의 출발선상에서 영감을 준책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다양한 철학자를 알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저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할만하다. 더군다나 다양한 사유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텍스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함께 할 수 있는 책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