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히토시 / 북로드
철학은 다가서기가 어려운 학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생활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곧잘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철학에 접근을 시도해 보지만 곧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철학과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엮은 한 권의 책이 있다.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이라는 부제처럼,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인문학의 입문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텍스트다. 사실 철학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설사 시간을 쪼개 책을 통독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데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여러 분야의 철학을 소개해 놓은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책머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고전을 ‘한 권당 1,000자 정도로 대략 내용을 알 수 있는 길잡이를 마련해 둔다면’ 하는 바람으로 엮은 책이다. 48권이나 되는 철학책을 한정된 지면에 소개하다 보니, 방대한 내용과 깊이가 있는 고전을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의 한계라면 한계다. 그렇더라도 후에 읽을 책을 미리 선점해 놓는다는 측면에서 최소한 고전의 제목과 저자만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여러 권, 철학책을 소개한 책을 읽다 보니 지금은 제법 익숙해진 책 제목도 더러 눈에 띈다. 이런 구성으로 엮어진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자연스레 철학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48편의 고전을 6부로 나누어 놓았다.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철학,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철학, 올바른 판단을 위한 철학,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 인간 사회의 발전을 위한 철학으로 구분한 교양서라고 할만하다. 이런 구분처럼 철학은 ‘나’로 시작하여, ‘사회’로 확대되어 가는,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교양서에는 과연 어떤 고전이 소개되어 있을까?
제1부.《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엮은 책으로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통해 인문고전을 설파한 이지성 작가가 고전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 책이다. 알랭의 《 행복론 》,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는 다소 생경하다. 파스칼의 《팡세》, 몽테뉴의 《수상록》은 제법 낯익은 고전이다.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읽으려고 시도한 책인데, 그 음울한 분위기와 난해함 때문에 몇 장 읽지 못하고 덮은 책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요즘 떠오르는 철학자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강신주 박사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 기본적인 텍스트로 삼을 만큼 비중 있는 책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제2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을 제외하곤 다들 낯설다. 그나마 저자로 에리히 프롬, 사르트르, 들뢰즈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존재와 무》, 《전체성과 무한》 대략 이런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3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관련해선 아이세움 출판사에서 펴낸 청소년 판, <생각하는 나의 발견>이란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과 아울러 일명‘칸트의 3대 비판서’ 중의 하나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하고 훑어보다 그냥 서가에 꽂은 적이 있다. 아직 내 수준으로는 감히 범접하기 힘든 책이다. 독일철학자인 헤겔의《정신현상학》은 책을 소개한 책에서 많이 언급된 책이라 한 번 읽고 싶은 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에 수록된 단계별 추천 도서에서도 10년 차 맨 마지막에 배정될 만큼 상당히 현학적이고 난해한 책이라는 느낌이 풀풀 풍긴다.
제4부.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알려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이 포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신학과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가 가장 많이 언급한 존 롤즈의 《정의론》, 그 유명세로 인해 진즉에 구입해 놓은 책이기는 하지만 아직 첫 페이지조차 넘기지 못했다.
제5부. 홉스의 《리바이어던》,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청소년 버전으로 읽어본 저서이긴 하지만 심층적으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리바이어던》은 국가권력의 개념을 정립한 책이고, 《사회계약론》은 합법적인 권력의 개념을 정립한 책이다. 이외에도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푸코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은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사유를 위해서도 한 번 읽어봄직하다.
제6부. 마르크스의 《자본론》,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이외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책들이라 후일에 읽어야 할 책으로 밀어놔도 좋으리라.
대략적으로 이 책에 수록된 철학 고전들을 훑어보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느낌이다. 고작 고전과 저자를 안다고 해서 사유의 깊이가 향상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철학적인 사유를 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 수록된 고전 중에서 단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한 꼭지만이라도 온전히 사유할 수 있다면, 인문학적인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