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강신주 / 동녘

by 정작가

철학자 강신주를 알게 된 이후로 그의 저서에 부쩍 관심이 간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강신주를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저자의 유명세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방송 출연과 강의를 통해 알려지면서 저자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또한 철학이라는 다소 생경한 분야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재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이 책이 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철학자와 결부된 다소 참신한 구성에서 철학적인 요소를 탐미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시인들도 등장한다. 시인이야 한국인이라 낯익은 사람도 많지만 철학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라 낯설다. 그나마 강신주의 저작을 미리 읽은 탓에 종종 낯익은 이름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철학자인 탓에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 지경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생경한 철학자나 시인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낯선 용어와 개념을 접하는 것도 일종의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 내가 알지 못했던 사상을 접하는 것은 낯선 문학 작품을 접하는 것만큼이나 지적, 정서적 충격을 안겨다 준다. 점차적으로 자기 계발서보다 철학적인 서적에 관심이 가는 것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앎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철학적인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부각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시(詩)보다는 철학(哲學)에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강신주의 저작을 미리 섭렵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자의 사상과 가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철학자답게 자본주의는 물질을 인간적인 가치보다 우위를 둔다는 측면에서 배제될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체제 속에서 인간이 겪게 되는 상처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등은 철학자의 사유를 통해 고찰해야 될 과제로 천착될 가능성이 크다. 철학자가 시대의 모순과 아픔을 모두 짊어질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일정 부분 사회에 대한 교화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위치를 인정한다면 그만큼 고민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지식인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독자에게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구성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한 편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결부시켜 철학적인 사상이 가미되고, ‘더 읽어볼 책들’이라는 코너에서는 그와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중간의 삽화는 미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 편의 시를 접하고, 시인과 철학자를 알게 되고, 새로운 책을 소개받으니 마치 풀코스 요리로 대접을 받은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적 향연의 축제에 주인이 내어놓은 사상이 접목된 요리’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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