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지승호 / 시대의창
인문학이 다루는 범주는 다양하다. 흔히들 말하는 문 ․ 사 ․ 철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이 사실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에는 다루어야 할 주제가 많다. 이런 다양성은 무조건 벌려놓고 보자는 내 성격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내가 그토록 다양한 학문의 가치를 추종하는 것도 알고 보면 이런 성격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다소 두툼하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너무 두꺼우면 싫증이 나듯이 이 책 또한 읽기가 그리 녹록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의 정체성이 인터뷰집이라는 것이 그런 중압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거라고 믿으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인터뷰집인 것은 맞지만 인터뷰의 대상자가 다름 아닌 철학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확장된다. 너무 겁먹을 것은 없다. 아무리 대철학자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곱씹어 생각해 보면 적어도 사유의 기쁨을 누릴 것은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그건 오로지 인터뷰집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과는 별개의 차원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다.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책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가 나열되어 있는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으면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 작가가 쓴 책은 어떤 책이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저자가 펴낸 책의 제목과 이 책의 내용과는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고,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라는 책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의 1/3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읽게 되면 거의 이 책의 반은 섭렵하는 셈이 된다. 아울러 저자가 출연한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인-사랑, 인문학에게 묻다’라는 프로그램까지 보면 아마도 이 책이 술술 익혀지는 경지까지 이르지 않을까? 고작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한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 책을 읽기 어렵다면 앞서 소개한 책이라도 읽어본다면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사상을 정리해 놓은 책이라고는 해도 그 형식이 인터뷰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한 번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이 쉽게 각인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주제가 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놓고, 주제를 정하여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철학은 다양한 사유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는 지적 유희의 장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철학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접근 방법은 천양지차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어려운 철학고전을 파고든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과 같은 인터뷰집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발간한 <닥치고 정치>가 베스트셀러로 매김 할 수 있었던 것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담론을 담고 있는 그릇이 인터뷰집이라는 접근성이 용이한 매체라는 데 있다. 여하튼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어디까지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처럼 당당히 맨얼굴을 하고, 세상에 나설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