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 북하우스

by 정작가


‘책=도끼’라는 정의가 낯설다. 인문학을 표방한 광고아티스트라고 해도 파격적인 은유다. 책은 어째서 도끼가 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저자의 말에서 인용한 카프카의 말을 보면 금방 풀린다.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그 말, 격하게 공감이 간다. 예술가는 무릇 ‘낯설게 하기’의 달인이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창조성을 요하는 작업을 하는 저자에게 있어서 이런 정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일찍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통해 저자의 진면목을 확인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창조력이 미래를 이끌 인재의 표상이 되고 있는 작금(昨今)의 상황에서 박웅현 같은 인물의 탄생을 시대적 소명이라고 하면 허튼소리일까? 또 인문학과 IT의 융합으로 최고의 창조력을 발산한 인물로 일컬어지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을만한 인재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여하튼 저자인 박웅현에 대한 찬사는 그가 탄생시킨 카피만 보더라도 긴 울림을 준다.


- 그녀의 자전거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생각이 에너지다


이런 창조성의 발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저자의 습관을 파고 들어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시인처럼 꽃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을 읽어내는 촉수는 시인의 그것을 닮았다.


<책은 도끼다>는 강연이기도 하지만 ‘창조의 텃밭’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판화가 이철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이오덕 선생이 엮은 <나도 쓸모 있을걸>이라는 책을 통해 동심으로 난 길을 걸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소설가의 작품을 통해 서정적인 감흥에 젖는다. 또한 알랭 드 보통과 오스카 와일드의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 고은 시인의 낭만에 취하기도 하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통해 삶을 성찰하기도 한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불안과 외로움의 정서를 등장한 인물을 통해 구현해 낸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를 파헤치는 저자의 시선은 어느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어떤 현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창조력의 마성(魔性)을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강의별로 소개된 책들의 목록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나같이 생경한 책들로 가득하다. 더러는 주워들은 책들도 읽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창의성을 요하는 일에 몰두하는 저자의 촉수를 예민하게 다듬은 책들은 과연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책을 보면 저자의 독서론에 대해 들여다볼 기회가 있는데 다독보다는 정독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읽은 책의 권수보다는 몇 권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주는 울림에 주목하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울림은 행복한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바로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은 ‘삶의 풍요는 곧, 감상의 폭’이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꽃을 보러 벚꽃 축제에 가서 사람만 보고 올 것이 아니라 아파트 한 모퉁이에 피어있는 꽃에서 찾아온 봄의 향연을 감지할 수 있는 촉수를 가지라는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또 강의를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 감성의 원천은 바로 시, 소설, 판화, 유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인문학적 통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현상들을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혁명은 일상의 것들을 창조적인 세계로 진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


책은 도끼다. 저자의 이런 정의가 이젠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생각의 프레임을 바꿀 수 없는 책은 도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런 책은 사유의 즐거움은 물론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는 무의미한 독서 습관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다독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지는 않을까? 낯선 것에 대한 흠모, 생경한 것에 대한 익숙함이 바로 창조성의 발현을 극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면, 이 책 또한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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