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노래로 쓰다

정경량 / 태학사

by 정작가

이 책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로 회귀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전에 접했던 노래의 가사와 악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음악 교과서를 다시 접한 느낌이 들만큼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문학, 노래로 쓰다>는 독문학자인 정경량이 시와 음악 산책이라는 주제로 하여 집필한 책이다. 이 책에는 시와 음악의 만남, 즉 감상, 연주, 창작으로 시작하여 자장가, 동요, 민요, 대중가요, 사회참여 노래,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요다. 동요는 ‘동심으로 부르는 노래’라는 정의에 걸맞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게 할 만큼 아름다운 노랫말과 곡조가 어우러진 노래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 ~ ’으로 시작하는 <옹달샘>이라든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으로 시작되는 <산바람 강바람>, 김소월 작시로 유명한 <엄마야 누나야>, <나뭇잎 배>, <섬집 아이>, <노을> 등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노래들이다.


<인문학, 노래로 쓰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노랫말과 악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사에 대한 유래라든지 음악의 기본 상식에 해당하는 이론들을 접하자면 다시금 음악 교과서를 공부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나름 이론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저 단순하게 책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책이 다양한 음악 장르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동요가 가장 인상 깊은 장르로 다가왔는데 또 한 장르를 택하자면 단연 대중가요다. 대중가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라면 당연히 트로트를 지목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황성 옛터>에서부터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가요사에 획을 근 가요들을 토대로 하여 통기타 대중가요의 대표곡인 <아침이슬>과 <향수>, <내가 만일> 등 국민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노래들이 중점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가곡과 기독교 노래로 분류한 음악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봄직한 곡들이 많다.


<인문학, 노래로 쓰다>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귀에 익도록 들었던 다수의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개중에는 처음 접해보는 노래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옛 시절의 향수가 떠오른 노래가 많은 만큼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세파에 찌들고 힘이 들 때 어린 시절 듣던 한 편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추억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이 책을 펼치고 생각에 잠기다 보면 아련한 옛 기억들이 떠올라 힘들었던 마음도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예술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근원적인 의미를 찾아가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음악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동인(動因)이 되는 만큼 이 책을 통해 그런 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추억이 깃든 이 한 권의 책이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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