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 그린비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내용면에서 알차게 엮어진 책이다. 책 읽는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부커스’라는 신조어도 생소하기는 하지만 나름 매력 있게 느껴진다. 이 책을 지은이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자그마치 스물다섯 명이나 된다. 직업도 다양하다. 대학생에서부터 교사, 기자, 교수에 이르기까지 직군 또한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수불석권(手不釋卷), 개권유득(開卷有得), 독서삼도(讀書三到), 서중천속(書中千粟)이라는 제명 하에 각 6명의 독서 달인들의 경험담이 담겨있다. 소제목의 아우라 치고는 제법 난도가 있다.
여기에 소개된 글들은 책 읽기에 대한 담론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독서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글로 가득 차있다. 어떤 글들은 평이하면서도 읽기 쉽지만, 어떤 글들은 다소 어려우면서도 현학적인 느낌이 있다. 각자 개성일터이지만 워낙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상당수 포진되어 있어, 난이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집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준이 저열하다거나 읽을 가치가 없을 만큼 수준이 떨어지는 글은 없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보면 군데군데 명화가 삽입되어 있는 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바라보았던 작품은 이름도 생소한 구스타프 아돌프 헤닝의 ‘독서하는 소녀’이다. 정갈한 옷매무시를 한 소녀가 앞가르마를 단정히 하고 두 손을 포개어 책을 읽는 모습은 독서의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투영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상념을 벗어나 독서에 몰입하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독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은 독서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취향에 맞는 독서를 통해 즐거움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의 습관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토막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밑줄 긋기를 통해 책과 친숙해지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에 책 읽기는 ‘밥’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존재의 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각기 다른 독서에 대한 담론은 다양한 책 읽기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독서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 그 정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책을 읽을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길을 제시해 주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생각이나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스물네 꼭지의 글을 읽다 보면 그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근접한 방법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을 통해 독서에 대한 다양성을 재인식하고, 본격적인 독서의 항해를 하는 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