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인(讀書讀人)

박홍규 / 인물과사상사

by 정작가

독서독인(讀書讀人), ‘글을 읽고 사람을 읽는’ 책이다. 아니 ‘책을 읽은 사람을 읽는 책’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다. 책을 읽은 사람이면 독서가다. 그렇다. 이 책은 독서가에 관한 책이다.


이슬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권력을 훔치거나 권력에 맞서거나 할 때 책은 유용한 도구다. 이 책은 그렇게 책을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나폴레옹, 링컨, 레닌, 스탈린, 히틀러, 괴벨스, 무솔리니, 마오쩌둥, 호찌민, 폴포트 이들을 아는가? 마르크스, 크로폿킨, 톨스토이, 간디, 루쉰, 프리다 칼로, 체 게바라, 마틴 루서 킹, 스콧 니어링, 넬슨 만델라 이들은 또 어떤가?


이렇게 나열된 인물들을 보고 혹자는 구분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나폴레옹, 링컨이 레닌과 스탈린과 동급이라니 체 게바라와 간디, 마르크스가 과연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니다, 맞다. 표면적으로는 아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구분이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나 사실은 종종 왜곡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나폴레옹이 영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독재자라는 것, 노예해방하면 떠오르는 링컨이 오히려 식민지를 꿈꾼 제국주의자라는 사실은 우리의 살얼음 같은 지식에 회의를 느끼게 한다. 또한 공산주의의 대부로만 인식되는 마르크스는 행동하는 혁명가라기보다는 <자본론>을 쓴 사상가라는 측면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위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가 인권 투사라는 비중이 더 크게 다루어지는 현실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이런 아이러니는 책과 아울러 사람을 읽는 능력이 중요함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독서독인>이 주창하는 바도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이 하나같이 독서의 달인 혹은 광인이라고 할 정도로 독서에 심취했던 사실은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똑같이 책을 읽고도 어떻게 전혀 상반된 가치의 전도자가 되었던 것일까?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런 이유에 필적하고도 남음이 있다.


똑같은 이슬을 마시고도 독이나 젖으로 쓰임새가 나뉠 수 있는 것은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이기도 할 터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사유에 근거하는 것은 아닐까. 올바른 사유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유는 세상을 암흑천지로 만들 뿐이다.


<독서독인>은 독서의 선택적인 인식과 사유의 가치, 인물과 사상이 미치는 영향을 독서라는 보편적인 생각의 도구를 통해 고찰한 보기 드문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독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사유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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