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련

김병완 / 동아일보사

by 정작가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의 축적물이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성인 것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가슴에 깊이 박힌다.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행위가 하나의 습성으로 자리매김하고 그것이 탁월함이라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김병완은 그 많은 습관들 중에서 책수련을 택했다. 저자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몇 년간 두문분출하며 책읽기에 몰두하고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책을 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 경험에 비춰볼 때 저자의 입장에서 책수련 만큼 좋은 것을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리가 비었을 때 비슷한 기술과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대체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면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 또한 직장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저자처럼 막상 회사를 나와 자기만의 인생을 개척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인생이라는 것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 오지 않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인용한 경영의 구루 게리 해멀의 말은 이런 인식을 더욱 부채질한다.


“미래의 나는 지금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끊임없이 추구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자기 수련 중에서 저자가 책수련을 택한 것은 자기 계발 방법 중에서 가장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책수련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만 정작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인지 간과하고 그저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가면서 그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책수련을 통해 자기가 가야할 바를 정하고 주위의 온갖 유혹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에 대한 방법이 책수련인지도 모르겠다.


<책수련>은 일종의 어떤 기법이 아니다. 책을 읽되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또 제대로 책을 읽고 열매의 과실을 경험하자는 것이다. 서머싯 몸이 말 한 것을 재인용 해보면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p.85)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책수련이 그저 교양이나 지식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시련에 대처할 수 있는 방호막을 구축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적시(摘示)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기만 하면 세상의 모든 시련이 비껴가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일까? 책에서 소개한 존 로크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서는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사고의 힘이다.”


그렇다. 제대로 된 독서 습관, 즉 책수련은 무조건적인 독서의 가치를 추종하지 않는다. 책읽기를 통해 글쓰기의 가치를 설파하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교양을 쌓는 것도 권고하기도 한다. 창조와 융합, 통합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책을 폭넓게 읽은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이 말에서는 전문지식만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현실을 읽을 수 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두 번의 독서로는 부족한데 특히 인문학 서적은 여러 번 곱씹으면서 천천히 읽으라고 한다. 이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비판해야 하며 저자에게 질문들 던져야’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책수련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의 독서법이 주목할 만하다. 세 번 반복해 읽고 네 번 익히는 독서법, 일명 ‘삼복사온(三復四溫)’ 독서법, 많이 읽는 다독(多讀), 많이 베껴쓰는 다사(多寫), 많이 생각하는 다상(多相), 많이 질문하는 다문(多聞), 즉 사다(四多) 독서법이 그것이다.


<책수련>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수련 비법이 아니다. 책 읽기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가치를 소개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일 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처음으로 들어본 것도 있을 수 있다. 혹은 저자가 제시한 방식인 자기 방식과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책에 대해서는 도통한 저자인 만큼 그가 제시한 방법을 통해 수련하듯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을 바꿀 삶의 혁명’으로서 책수련은 인생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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