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 수오서재

by 정작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세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작가는 다름 아닌 혜민 스님이다.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종교학 교수로 7년 간 재직하는 등 학자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는 분이다. 대개 학자들의 글을 보면 현학적인 경우가 많은데 혜민 스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책을 보면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등으로 테마를 나누어 놓긴 했지만 몇 줄 씩 분절된 내용이 책의 전반부를 구성하고 있어 굳이 연연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시간 나는 대로 그저 한 쪽 두 쪽 읽어나가다 보면 진도에 대한 압박감도 없고, 책을 읽는 순간마다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읽기는 쉽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심오한 진리를 찾아낼 수도 있고, ‘아하’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을 그리도 잘 알고 있는지 한 장 한 장을 책을 넘기는 순간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때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집중적으로 몇 년 동안 그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때는 왜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며 그런 상황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명철한 스님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혜안과 종교적인 심미안이 범인(凡人)들은 미처 이르지 못한 경지의 세계를 보게 해주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 빨려 들어갔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세상을 제압하며 살아갈 순 없다. 인간 존재자체는 불온전하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생각보다 높이 평가하는 실수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소한 잘못도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책에서는 그런 것들에 대해 초연해지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어떤 실수나 잘못을 하건 용납할 수 있고, 그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스스로를 과대포장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만 살아도 인생은 그리 고통스럽고 힘든 나락 속에서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말씀에 공감이 가는 것은 그런 인생을 살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모조리 내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몇 번을 읽어도 내 인생에 힘이 되는 글귀!”


책 뒤표지에 있는 큼직한 글씨의 문구는 이 책의 가치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힘겨운 일이 있을 때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고통스러울 때, 새로운 상황에 직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이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면 아마도 그런 상황이 몰고 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쉽게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살아가면서 행복한 삶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 줄 알았다. 물론 그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용한 혜광 스님의 말씀은 더욱 큰 울림을 준다.


행복한 삶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하고픈 일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한다면 분명 일에 대한 느낌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토록 몇 줄 안 되는 가르침이 교훈을 주고 깨달음을 준다. 그런 몇 줄 안 되는 문구가 수 백편이 담겨있는 책이 바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베스트셀러가 안 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읽기도 편하면서 인생에 처해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해법을 명철한 시각으로 해석해주는 이 책을 통해 아무리 고심해도 풀리지 않는 인생의 고민을 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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