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 선생님앤파커스
시간이 흐르면서 나를 사랑하는 길이 남을 사랑하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렇듯 너무도 당연한 것들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말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생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 지척에 있지만 소중하게 생각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갔나 보다.
치유의 가치를 불러일으킨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선풍적인 열기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힘들어도 잠시 쉬어갈 여유 없이 팍팍하게 돌아가기만 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더라도 세상을 원망하기만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건 행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는 8가지 장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살아가면서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느낄 때는 휴식의 장을 펼치면 된다. 인간관계 속에서 힘들 때는 관계의 장을 넘기면 된다. 이렇게 미래의 장, 인생의 장, 사랑의 장, 수행의 장, 열정의 장, 종교의 장에서 우리는 인생의 다양한 가치를 체험하고, 세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다. 그래서 교과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한 장을 선택했더라도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구절만 읽어도 상관없다. 이런 식의 구성에서 바쁜 현대인들을 배려한 스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한 달음에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주었던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그동안 남을 의식하고 살았던 적이 많았는데 스님이 말처럼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라는 구절 따위가 그것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으면 내가 소신껏 살아갈 수 있고, 그런 삶은 나를 주체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스님이 첫 장에서 밝힌 말처럼, 나만의 빛깔을 찾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라는 것과 같다. 그동안 사랑이라는 가치를 이웃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같이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으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가장 협소하게 여겨지고, 더군다나 이기적이기까지 느껴지는 나에 대한 사랑이 이웃과 사회, 인류를 위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은 그동안의 사랑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킬만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