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덕, 김용웅, 원한식, 최현숙, 황미옥 / 하나의책
책을 읽은 후 여운이 남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분명 그런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정서적인 충격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읽기 그리고 생각하기>라는 책의 제목처럼 ‘뜨거운 울림을 위한 독서 이야기’라는 부제 또한 결코 허투루 지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내용과 일치한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읽기의 장’과 ‘생각의 장’이 그것인데 ‘생각의 장’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은 후에 생각을 하는 과정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마치 활자에 흡인력이 있어 눈이 빨려 들어가듯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장이 쉽게 넘어갔고, 흥미나 감동적인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천천히 읽기 그리고 생각하기>에서 주창하는 것은 ‘천천히 읽고…… 생각한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해 사유의 즐거움을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남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책을 읽고 음미하는 것이 독서의 본질적인 측면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정작 책 내용이 제대로 떠오르는 것은 한 두 권도 되지 못했었는데도 그저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떠벌리고 다녔던 것을 보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거린다.
이 책은 독서에 관한 책이지만 첫 부분에는 독서의 무용론(無用論)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책 읽기에 빠지면 ‘현실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현실 도피’에 ‘건강을 해치’고,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고된 노역’이라고 하니 이 부분을 읽다 보면 독서에 대해 회의를 품을 수 있는 섣부른 판단에 빠져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경고성 독서 무용론이 결코 책을 읽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는 차츰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독서 방법으로 책을 읽고 얻는 깨달음을 통해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좋은 영향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중근, 쑨원, 마오쩌뚱 같은 ‘못 말리는 독서광’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위인들이 보여준 행적들을 보면 독서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 사람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생각의 장’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위인들의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열악하고 힘든 환경이나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성공이나 성취를 이룬 과정에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가 그렇고, 온몸에 마비된 상태에서도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을 내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장 도미니크 보비가 그렇다. 도종환 시인의 인생 역정이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 추사 김정희,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일화를 보면 장애, 시련이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지와 노력을 통해 이룬 성취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되새겨볼 수 있다. 특히 헬렌 켈러의 일대기를 보면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라는 장애의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업적이 남달랐던 점에 비춰 볼 때, 독서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간접 체험은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요즘 들어 유한한 시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책의 말미에 ‘누구나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압니다’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메아리친다.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일 터이지만 사유를 통해 얻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주창하는 것처럼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생각의 범주를 확장하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한 권의 독서 에세이를 통해 독서의 가치와 생각의 즐거움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또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선택의 길이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내겐 뜻깊은 책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