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 알에이치코리아
내 인생에서 처음 명화를 접했던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로 기억된다. 전집류 첫 장에 희미한 음영처럼 배겨졌던 그 그림이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 빈 지면에 그렸던 숱한 그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성의 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아직 섣부른 감은 있지만 그림이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도 해보게 된다. 요즘 들어 부쩍 미술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 이유로 몇 권의 책을 샀는데 <그림 읽어주는 시간>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한 소녀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보이는데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책을 통해 몇 번 감상한 그림이라 그런지 익숙한 느낌이다. 비단 이 그림뿐만이 아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듯한 그림들이 많다. 단지 화가가 누구인지 그림의 제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다.
<그림 읽어주는 시간>은 서양 명화를 다룬 책이다. 명화라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설사 그림에 문외한이더라도 미적 감흥에 반응할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저자에게 맡겨두어도 좋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의 배려로 작가별 QR코드를 삽입하여 온라인상으로 감상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에는 총 27명의 화가와 명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하여 고야, 마네, 모네, 밀레, 르누아르, 고갱, 고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과 작품들이 일정한 구성과 형식을 통해 배치되어 있다. 마치 미술관을 찾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참고로 이 책은 각 화가의 그림들이 소장된 미술관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작가별로 고유한 화가의 자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림을 보면 화가별로 풍기는 이미지가 천차만별이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을 자화상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그림 읽어주는 시간>은 미술에 대한 영역까지 독서의 범위를 넓혔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 예술에 대한 관심이 독서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다. 그동안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막상 적극적으로 감상한 일은 드물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분야로서 미술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그림 감상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행해질 예술 감상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