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人] - 김난도 교수 편

SBS 지식나눔콘서트

by 정작가

『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을 통해 청춘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전했던 이 시대의 진정한 멘토, 김난도 교수의 강연이다. 전작에 이어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는 책을 통해 다시 찾아온 김난도 교수는 이 강연에서 ‘어른 아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막상 어른이긴 하지만 진정한 어른으로서 살아가지 못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과연 어떤 것일까?


김난도 교수는 학생들에게 ‘란도샘’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러면 과연 란도 샘은 ‘어른 아이’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까? 그것은 바로 ‘유예되는 고민들’이라는 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시대는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기엔 너무 촉박하거니와 그러기엔 환경도 너무 척박하다는 것이다. 한참 인생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에 시험의 족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 과정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에 이상적인 고민은 그저 사치일 뿐이고, 간신히 사회에 진입해서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이직을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혼과 출산도 유예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과연 김난도 교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이야기할까? 그는 말한다. 마치 우리가 완벽한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듯 좀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막상 부딪혀 나가야 한다고. 그런 부딪힘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흔들림이라고. 그런 흔들림을 행복의 밑짐으로 삼자는 것이 김난도 교수 강연의 주제다.


이 강연에서 김난도 교수는 어른이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세 마당, 즉 가정, 자아,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의미인데 많은 가정에서 가훈으로 쓰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김난도 교수도 같은 말을 한다. 가정에서 흔들리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고.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력하지 않고 사랑을 얻으려 한다면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오히려 남들에게 하는 만큼이라도 가족에게 사랑을 베푼다면 가정에서의 흔들림은 그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아의 흔들림은 철저히 개별적이라고 하는 것이 김난도 교수의 견해다. 단지 보이는 것들로 남을 평가하지 말자고. 나의 흔들림이, 아픔이 개별적인 것처럼 남들 또한 보이지 않는 개별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내 아픔만 크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삶이란 반전으로 가득한 것이기에.


김난도 교수에 의하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성장이라고 한다. 일을 하면서 흔들릴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란도 샘은 묻는다. 당신은 그곳에서 성장하고 있습니까라고. 일에서도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재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고로 재미있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될 때 나아가지 못함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나를 키워주지 못하는 곳에서 과연 몸 바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렇다고 쉽게 결정을 하라고 김난도 교수는 말하지 않는다. 애벌레가 나비가 될 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참고 기다리듯, 인류에게 엄청난 성취를 안겨준 천재들이 아주 긴 세월 동안 실적 없이 자신 만의 일을 고수하고 기다린 것처럼 그런 기다림은 가장 값진 선물을 안겨준다는 것이 김난도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이다.


김난도 교수가 말하고 있는, 어른이 짊어지고 가야 할 세 마당에서 그 어떤 것도 만족할만한 것이 없다. 바로 말하면, 아직 난 진정한 어른이 아닌 그저 란도 샘의 표현처럼 ‘어른 아이’ 일지 모른다. 인생의 정체성에 대한 과정 없이 바삐 생계전선에 뛰어들고 보니 그나마 다른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겪었던 것들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훌쩍 나이만 든 꼴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이상적인 세계일지 모르지만, 평범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평범한 삶인지도 모른다. 란도 샘의 저서 제목처럼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고 한다면 아직도 난 몇 백번을 더 흔들려야 어른이 될지 모른다.


많은 과정들이 생략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흔들림이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썩 달갑지 만은 않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차라리 영원한 어른 아이가 될지언정 그런 혼란스러움은 이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아니면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운명을 인정하는 것이 뱃속이 편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김난도 교수가 말하는 것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흔들리더라도 그것이 삶의 본질이기에 포기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것. 그 과정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지라도 기다림의 가치를 인식하고 참고 버티며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