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라디오, 김은성
우리나라에서 글을 쓰면서 먹고살기를 바란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실제로 한 시나리오작가는 먹을 것이 없어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현혹하는 문구가 버젓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글을 쓰면서 먹고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직업도 없다. 실제 작가들 대부분은 글을 써서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소수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열린다. 그만큼 매력적인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겠지만 칼럼니스트로 먹고살려면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는 내게 있어 전문가란 용어는 생소하다. 그래도 글로다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니 내심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칼럼니스트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말이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칼럼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칼럼과 칼럼니스트에 대한 개관이라고 한다면 후반부는 실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개괄적으로 칼럼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실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험담을 들으면 어느 정도 칼럼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은 진지했다. 글쓰기를 하면 응당 시나 소설처럼 문학 작품을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칼럼처럼 단문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꾸준히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환상은 깨졌다. 칼럼니스트로 살아간다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어떤 분야에 미치지 않고서는 최고가 될 수 없고, 설사 어떤 분야를 정해 파고든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상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칼럼니스트 인터뷰를 보면 생각보다 분야가 세분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중음악, TV, 책, 요리, 여행, 나무, 패션, 미술, 영화, 뷰티, 만화 등 그 길도 다양하다. 과연 내게 맞는 분야는 어떤 길일까?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라면 단연 책과 미술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욕심을 낸다면 미학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아마추어라고 해서 칼럼니스트가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관심 분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길은 열리리라고 본다.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는 그동안 관심권 밖에 있었던 글쓰기 분야 중 하나인 칼럼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있는 책이다. 어떤 식으로 칼럼에 접근할 것이며, 칼럼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작업은 무엇인지 또, 어떤 매체에 기고할 것인지 등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봄직한 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애로점이랄지 관련 노하우 등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에 소개된 칼럼니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쟁쟁하다고 뿐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자기 분야의 베테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문, 잡지, 방송, 도서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거나 이미 저서를 낸 사람도 부지기수다. 과연 이런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괜한 걱정도 된다.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지만 글쓰기처럼 그 편차가 큰 것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블로그나 SNS 등 인터넷 매체가 발달한 시대다 보니 웬만해서는 글을 통해 부각되기도 힘든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칼럼니스트로 먹고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태어나면서 칼럼니스트가 된 것은 아닐 테니 분명 길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이 그런 길을 안내해 주는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희망의 빛을 선사해 줄 수 있는 텍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칼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던 책,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가 훗날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그 ‘무엇’으로 기억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