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국 / 연인M&B
문고판보다 조금 더 크고 200쪽도 안 되는 책이지만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을 만큼 무게감을 주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이다. 책 제목은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기’지만 그렇게 즐겁게 내용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워낙 글쓰기라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고 보면 즐거운 마음으로 글 쓰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그냥 가볍게 넘기기에는 범상치 않았던 책이다.
우선 책의 저자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리 낯선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알 정도로 익숙하지도 않다. 책날개의 이력을 보면 그런 느낌은 더욱 든다. 집필한 저서 중에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라는 제목의 책이 기억의 한편을 스쳐가긴 하지만 그리 강렬한 인식의 고리에 걸리지는 못했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고 이 책이 출간될 당시 강원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였다면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제법 알려진 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글쓰기 교본 정도로 익힐 만한 책이다. 크게 4편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꼭 나누지 않아도 이어지는 내용들이라 구분에 큰 의미는 없다. 조금이라도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봄직 했던 말들, 하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어려웠던 그런 내용이 제법 눈에 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독서로 마음의 밭을 가꿔야 하며, 단락을 제대로 나누고, 주제는 되도록 좁게 잡아야 하고 …….
그렇다. 이 정도라면 글을 쓰는 이들이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것들을 모두 알고서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비록 진부하지만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글 쓰는 이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표현 방식의 글쓰기, 이를 테면 비유, 강조, 변화를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교과서처럼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딱딱한 구성일지도 모를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은 아마도 기본에 충실하라는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첫 장부터 그렇게 술술 넘어가지도 않았고, 며칠에 걸려 쪽수도 많지 않은 책을 간신히 읽어 넘겼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지독히도 글쓰기에 무지했던 스스로에게 핑계의 무덤을 파는 행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진지한 마음으로 다가서 보니 알 것 같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평범한 진리.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던 것만으로도 족할 그런 책이라면 다시 한번 집중해서 읽어도 좋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는 이들의 필독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