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의 일

김준현 / 한티재

by 정작가


웹소설에 관심을 갖다 보니 관련 책들을 자꾸 읽게 된다. <웹소설 작가의 일> 또한 그런 책이다. 웹소설하면 대부분 장르에 관심을 갖는다. 창작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가이드>라는 시리즈는 웹소설 장르에 대한 교본과 같은 책이다. 그런 측면에서 웹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 중에서 겨우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를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웹소설의 다양한 세계에 빠져드니 나머지 장르는 어떨까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


<웹소설 작가의 일>은 ‘웹 환경 이해와 소설 창작을 위한 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글쓰기만으로는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문구는 아마도 웹소설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웹소설은 무엇일까? 첫 장부터 웹소설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고 정착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니 그에 대한 의문은 금방 풀린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점이 발생할 때마다 Q&A라는 코너를 통해 자체적으로 질문과 답을 생성해서 풀어놓기 때문에 그때그때 답답함은 해소된다. 시간이 없는 독자라면 전체를 읽지 않고 이 부분만 탐독해도 대략적으로 웹소설을 이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좀 더 상세하게 웹소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을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다소 생소한 장르인 웹소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Q&A라는 코너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웹소설과 기존의 소설은 태생적인 한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때론 적대적인 장르인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의미심장한 답을 내놓는다.


소설에서 오랜 시간 만들어진 작가와 문단의 권위를 해체할 만한 계기를 웹이라는 환경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구를 살펴보면 그동안 소설이 문단의 기득권 안에서만 머무르려 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던 현실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고로 이 책에서 제기하는 의문들과 답들 속에서 웹소설과 기존 소설의 가치를 대비해 보는 것도 색다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웹소설은 소설의 확장인가, 무덤인가? 웹소설의 작가와 독자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에 미리 답하고 책을 읽은 후에 답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웹소설 작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2장에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은 이 책의 제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웹소설 작가>라고 하지 않고 <웹소설 작가의 일>이라고 한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소설가의 일은 소설만 쓰면 그만이었겠지만 웹소설 작가의 일은 말 그대로 하나의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글쓰기 이외에도 다른 일들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이런 상황을 Q&A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Q. 웹소설 작가의 일은 한마디로 어떻게 다른가?

A.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가의 작업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저자가 왜 책의 제목을 <웹소설 작가의 일>로 정했는지 명징하게 드러내 준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생각하는 웹소설 작가의 일은 무엇일까 한 번 파헤치고 들어가 보자. 저자는 말한다. 웹소설도 기획의 산물이라고. 웹소설을 편집하고, 세부 장르를 정하고 플랫폼을 정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고. 거기에 일러스트와 표지, 플랫폼 이벤트에 참여하기, 공모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이다. 이장의 제목을 ‘작가와 편집자 사이, 그리고 작가와 발행인 사이’로 정한 것도 그 사이에 있는 웹소설 작가의 위치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작가와 고유성, 독창성의 문제에 들어가 보면 기존 소설가들에게 발견할 수 없는 웹소설 장르에 대한 특수성을 인식할 수 있다. 고유성과 독창성의 정도가 기존 소설가들에 비해 훨씬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는 것에는 웹소설이 장르의 문법을 따르는 특성도 한몫한다. 그런 반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한국의 소설 지형에서 작가들보다는 독자들 위주로 지향점을 설정했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웹소설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웹소설 작가와 플랫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조아라와 문피아는 그중에서도 웹소설의 중흥을 이끈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 플랫폼은 웹소설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 네이버에 의해 웹소설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PC통신에 연재된 <퇴마록>, <드래건 라자>와 같은 작품들이 장르 소설의 원류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여하튼 이런 플랫폼들로 인해 네이버 웹소설의 탄생을 견인한 후, 이후 카카오페이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이어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웹소설이라는 명칭은 엄연히 네이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비록 조아라와 문피아보다는 늦은 출발을 했지만 명칭의 탄생 측면에서 본다면 네이버 웹소설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전통 웹소설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아라와 문피아보다도 지금은 네이버 웹소설, 네이버 시리즈가 브랜드 네임이나 실질적인 영향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지 또한 그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 모두 웹툰과의 친연성과 확장성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 플랫폼 외에도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 업체에서 운영하는 교보문고의 ‘톡소다’, 예스24의 ‘시프트북스’, 리디북스의 ‘연재란’ 등을 유사한 플랫폼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기존의 4강 구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내 최대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로망띠끄, ㈜ 민음인 계열의 플랫폼인 브릿G, 스낵북, 민트북스, 북팔, 코미코, 허니문 등은 새롭게 만들어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일반 소설에서 독자는 수동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웹소설에서 독자는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웹소설에서 댓글을 웹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콘텐츠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만큼 독자가 작품을 읽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작품의 전개에 개입한다는 것은 독자가 수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작가의 집필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다. 웹소설 작가의 일로서 독자의 구미를 맞추는 일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웹소설 작가의 일로서 CP업체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CP는 contents provider의 약자로 콘텐츠 공급자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을 하는 업체를 간단히 CP업체라고 한다. CP업체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는데 에이전시, 출판사,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분담한다. 고로 이런 업체와의 교류 없이는 그 많은 일들을 웹소설 작가 혼자서는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웹소설을 장르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는데, 이는 그만의 규범과 * 클리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규범은 장르를 규정하고 지탱합니다.


이 인용문은 장르소설로서의 웹소설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이런 규범은 장르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이기도 할 것이지만 그대로 이런 소설의 틀을 견고하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규범과 클리셰는 장르소설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쓰이지만 시대나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은 변천의 과정을 거친다.


규범이나 클리셰를 완벽하게 구별할 수는 없다. 이전 시대에는 클리셰이던 것이 규범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장르 소설의 특성상 이런 규범과 클리셰는 시대 상황에 따라 트렌드의 흐름을 좇아갈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엄격하게 이 규칙을 따르기보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웹소설에서는 판타지,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이런 장르에 특화된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현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무협, 미스터리, SF, 호러물 등과 같은 장르도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장르 소설에서 판타지와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독자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장르 소설이 주는 이점을 살린다면 이런 것들에만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소수 독자층을 겨냥하더라도 의미 있는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면 좋겠다. 그러면 오히려 장르 소설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웹소설 작가의 일>에서는 웹소설 제작과 유통 과정의 특징, 웹소설과 주변 장르, 웹소설의 트렌드를 대하는 자세 등 웹소설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다룬다. 웹소설 작가의 일이 일반 소설을 쓰는 작가처럼 작품에만 심혈을 기울인다는 생각자체를 버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는 웹소설 작가로서 우뚝 서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웹소설 작가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리셰 -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 혹은 영화, 노래, 소설 등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 (네이버 오픈 사전 재인용)

이전 11화웹소설 작가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