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by 정작가


중학교 때 일이다. 미술시간에 그린 포스터 내용을 가지고, 점수를 매기던 시간이었다. 미술선생님은 교실 뒤편으로 가 주욱 그림을 훑어보며 고심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때 공교롭게도 나의 위치는 맨 우측, 선생님이 보기에는 맨 좌측이었다. 맨 좌측이라는 의미는 그 줄에서 1등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멋도 모르고, 맨 좌측에 서게 된 것이다. 한참을 고심하던 선생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 맨 좌측, 오른쪽으로 한 칸 더,"


좌석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나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 거기, 오른쪽으로 두 칸 더."


추락하는 자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금을 울리는 한 마디가 있었으니,


" 거기. 너 안 되겠다. 너 맨 오른쪽으로 가. 이게 무슨 포스터가 이래. 벽에 똥칠한 것 같이".


그렇게 끝도 없는 추락은 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사이를 오가는 롤러코스터처럼 일어나고야 말았다.


성서에도 그런 말씀이 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것이라는 말씀은 당장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언제 위치가 바뀔지 모르니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라는 말씀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나의 위치가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비록 유리한 위치에 있더라 하더라도 그 자리가 계속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처럼 멋모르고 잘못 줄을 서서 망신을 당하는 것보다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적어도 추락의 아픔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자는 오를 기회밖에 없고,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가 통용되는 세상이라면 세상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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