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한 끼

by 정작가

처음으로 실직을 경험하고, 공단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다. 근무가 3교대로 돌아가고, 자취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제법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상근무 순번이 돌아왔다. 정상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말하는데 이때는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취생의 빈 속은 음식을 원하고 있었고, 통근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바로 근무현장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변칙적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근무부서 주임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근무시간이 다 되었는데 지금 밥을 먹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밥은 아직 몇 숟가락 남아있는 상태였다. 울컥 울음이 솟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본인의 임무를 다하고 나가버렸지만 한동안 멍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꾸역꾸역 남은 밥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넣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 와중에서도 밥은 잘도 넘어갔다. 목이 메인 감정을 뒤로하고, 발걸음은 어느새 탈의실을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근무할 의욕도 없었고, 그대로 회사를 나와버렸다. 밥 한 끼의 설움이 퇴사를 결행해 버린 것이다. 공장을 나와 터덜터덜 공단의 도로를 걸어 나왔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공단의 거리는 휑한 기계음만 거칠게 뱉어내고 있었다. 또 실직이라니. 실직의 설움을 뒤로하고 나올 만큼 밥 한 끼가 그렇게 중요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공장에서 한참 멀어진 뒤였다. 그날따라 을씨년스러운 날씨라 소리 없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실직의 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그렇게 차가운 눈물을 대지위에 뿌렸던 것이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비록 빵은 아니지만 눈물 젖은 밥 한 끼의 설움으로 인해 실직을 경험했던 20대 초반의 기억은 아직도 애련한 추억으로 남아 뇌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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