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독서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 동해출판사

by 정작가

『어린 왕자』는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생텍쥐페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고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수많은 사람들을 심금을 울렸던 그 유명한 작품을 이제야 겨우 읽었다는 것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읽은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에 걸맞게 다소 난해한 인식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순수하고 맑은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본 세상과 세속에 찌든 어른들의 세계 인식에서 오는 괴리감부터가 역설적으로 작품에 대한 몰이해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단편적인 사건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순수한 영혼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한 적확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왕자가 보기에 어른들의 모순적인 말과 행동은 순수한 가치로 덮기에는 너무 황폐화되고 세속화된 것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보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힘주어 말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는 물질만능주의로 향하고 있는 세속적인 세태를 비판하는 작용을 통해 더욱 투명한 어린 왕자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어린 왕자』는 세속에 물든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우화다. 작품을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구도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때가 묻었다는 반증이다. 단순히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해되었던 것들이 현실적인 위치에서 볼 때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그리 긴 분량은 아니라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작품에서 전하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가 단편적인 우화들로 조각내져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흩어져 있는 퍼즐을 맞추듯 시간의 지원에 힘입어 재독이든 삼독이든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혜의 메시지라면 고작 한 번 읽어놓고, 그 큰 뜻을 가늠하고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졸렬한 행동인지 뉘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어린 왕자』는 한 번 읽고 정확한 메시지를 이해하기엔 다소 난해한 책이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라면 분명 그에 맞갖은 엄청난 진실과 진리가 숨어 있어야 마땅하리라. 그렇다고 이 한 권의 책이 그런 가공할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이 책을 읽기를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책을 한 번 읽은 상태에서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독자의 능력을 탓해야 할 이유도 있을 테지만 작가가 진정으로 숨겨놓은 보물이 그리 쉽게 찾아질 리는 만무하다는 전제를 깔고 본다면 이런 주장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과는 반대로 『어린 왕자』를 읽다 보면 마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들을 반추하게 된다. 그런 영상이 겹치는 것을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본다는 생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두뇌로 이해하지 못했던 작가의 메시지를 아마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는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말하고 있는 『어린 왕자』를 통해 그동안 찌든 때를 벗겨내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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