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와일러 감독(1953) / 미국, 이탈리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의미에서 보면 남의 성공을 시기, 질투하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린 남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보다 그 의미를 폄하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런 심보를 가진 사람들을 욕하기보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부러움이나 현실에서 잡을 수 없는 이상향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또 어떨까?
<로마의 휴일>은 비록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남녀 간의 애틋한 정서를 통해 영화로 풀어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인 앤 공주는 틀에 박힌 궁중 생활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에 히스테리발작을 일으킬 정도의 고통에 직면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탈출을 감행한다. 한두 시간 정도의 일탈을 생각했던 도발적인 충동은 애꿎은 수면제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된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여주인공인 공주와 조우하게 되는 신문사 기자인 남자 주인공 브래들리다. 브래들리는 평소에는 공주를 알현하기조차 힘든 샐러리맨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주의 로마방문으로 인해 인터뷰 기회를 갖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공주와의 만남으로 인해 천재일우의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의 바람처럼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또한 주인공들의 행동들을 살펴보면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공주는 속박에서 자유를, 브래들리는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향해 나아가고픈 바람이 엿보인다. 공주의 일거수일투족이 사진으로 찍혀 기사화될 수 있는 상황은 소수 층의 특권 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장면이다. 공주가 결국 궁으로 돌아오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한 대목을 보면 잠시 휘청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언정 한 번 얻은 기득권은 결코 무너질 수 없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브래들리가 공주를 알현하고 쓸쓸히 궁궐을 빠져나오면서 들려주었던 구두 굽 소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계급 간의 갈등을 암시하는 경고성 울림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