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감독(1999) / 대한민국
<내 마음의 풍금>은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애틋한 순애보를 담은 영화이다. 늦깎이 초등학생인 홍연(전도연 분)이 첫 부임한 총각선생인 강수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영화는 전개된다. 하지만 이런 감정과는 상관없이 강수하는 연상인 동료교사 양은희에게 호감을 가진다. 연정의 삼각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 LP판은 강수하가 양은희에게 접근하는 매개체로서, 영화에서는 옛 서정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LP판의 파손은 강수하와 양은희의 관계에 대한 단절을 암시하기도 한다. 아울러 일기장은 수하와 홍연을 이어주는 교감의 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홍연은 직접 하지 못하는 말을 일기장이라는 매체를 통해 수하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수하의 관심은 여전히 은희에게로 이어지고, 홍연에게 있어 은희는 연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은희가 해외유학길에 오르자 수하는 실의와 절망에 빠진다. 마치 홍연이 수하에게 느꼈던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듯 그렇게.
살다 보면 누군가에 대한 이성의 감정이 싹트고, 그것이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애틋한 그리움만 쌓이다 끝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랑의 감정은 이상적으로 향하지만 현실은 그런 사랑의 완성을 시샘하듯 늘 어깃장을 놓는다. 삶의 아이러니이자 역설인 이런 모습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서로 다른 이상향을 향한 구애의 몸부림. 순수한 영혼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에서는 수하와 홍연의 결혼식 사진으로 해피엔딩을 암시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만남이 성사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옛 시골의 풍경을 재연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학습괘도라든지 목조건물의 창문, 난로 위의 도시락, 등잔 등은 지난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추억의 재료들이다. 흔히들 한 번쯤 느껴보았던 추억들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듯한 <내 마음의 풍금>. 그동안 바쁘게 살아가면서 잊혔던 옛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었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