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렬 감독(2009) / 대한민국
워낭소리는 독립영화사상 신기원을 이룩한 흥행작이다. 세간에 화제가 된 영화치고는 너무 늦게 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늦게라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노부부와 소의 묵묵한 일상이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왔기 때문이다. 워낭소리에는 어떤 기교나 인위적인 흔적이 없다. 그저 어느 시골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자시점에서 보여주는 것뿐이다. 최노인은 허리도 구부정하고, 다리도 잘 쓰지 못하지만 농사일을 거침없이 해나간다. 벼농사며 밭농사며 소의 꼴 베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몸이 성치 않다 보니 하는 일이 할머니의 성에는 차지 않는다. 남들은 농기계로 논일이며, 밭일을 하는데 오로지 소와 노구만으로 농사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달갑지 않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팔자타령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원망이라기보다는 정겨운 소리처럼 들려온다. 최노인의 소는 최노인처럼 노구다. 지친 몸이지만 매일 논과 밭을 나가고, 노부부들의 교통수단으로써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런 소에게 시한부인생이 선고된다. 수의사의 진단으로 인한 것이다. 소의 나이로 40이면 인간수명으로 장수를 누린 셈이다. 그런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는 착잡하다. 그래서 새로 소 한 마리를 사 온다.
우시장에 가려는 걸 아는지 소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우시장으로 소를 팔러 가지만 노인은 자신의 소가 퇴물취급을 받는 것에 속상해 담배만 피워문다. 어느 날, 아침이 되어 소를 깨워도 소는 일어날 생각조차 않는다. 고단한 삶에 지친 소의 코뚜레를 낫으로 풀어준다. 마지막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위한 노인의 배려다. 결국 소는 죽고, 무덤에 묻힌다. 노부부는 가족이 죽은 것처럼 허탈한 심정으로 묘소를 지킨다.
워낭소리만 들으면 잠을 깨는 최노인. 고되고 지친 노역으로 생을 보낸 소. 어찌 보면 그들의 모습은 닮아있다. 그들은 같은 운명을 살아온 친구이자 가족이다. 소를 떠나보내고, 언덕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은 인생의 황혼길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는 듯 쓸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