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변승욱 감독(2006) / 대한민국

by 정작가

우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낌은 세상살이가 참 녹록지 않구나 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형과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약사 인구, 아버지로부터 승계받은 빚 때문에 온 가족이 빚에 쪼들려 살고 있는 혜란. 이들의 공통점을 보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외부의 요인들로 인해 괴로워하고, 자신의 앞길을 마음껏 가지 못하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이 내가 원한대로, 내 뜻대로 움직여 준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이기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들은 만나 사랑을 하지만 결혼을 하기엔 많은 현실의 벽이 도사리고 있다. 혜란이 그런 사실을 알기에 인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영화 속의 얘기만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분명 사랑하지만 각자 맡겨진 짐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신경질을 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인구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어머니마저 잃고, 혜란은 짝퉁 명품을 제조한 죄목으로 유치장신세까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에 휩싸일 테지만 이들은 분연히 일어난다. 고통이 삶의 일부라는 진리를 이미 깨친 것일까?


낚시터로 여행을 가고, 하룻밤을 보낸 이들. 다음날 차창밖을 바라보던 혜란의 표정은 그동안 아픈 상처와 기억을 털어낸 듯 맑은 하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새로운 현실은 혜란을 다시 신경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다. 오죽하면 자기 여동생에게 생긴 애까지 떼라고 하고, 결혼조차 미루라고 할까? 그런 상황이다 보니 상견례도 아닌 어색한 상황에서 동생과 동생의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인생의 대사에서 조차 현실의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는 상황에서 혜란의 사랑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짐은 있다. 언젠가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의 강의 중에 한 말이 생각난다. '누구나 짊어지고 갈 짐이 있지만 그 짐은 인생을 살면서 놓아서는 안 될 짐이다. 그 짐을 풀어놓을 날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그 날일 것이다.' 대략 이런 식의 강의였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간다. 누구나 짐을 놓고 가뿐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는 그런 주인공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착하지만 강한 그들. 그것이 나의 모습이고,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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