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 타케히코 감독(2009) / 일본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가슴 저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다쿠마와 마유의 사랑도 그런 첫사랑이다. 순수한 동심에서 우러나는 맑은 향기가 푸른 벌판에 아리아처럼 퍼진다. 풀밭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는 소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소년. 다쿠마의 독백처럼 그 어린 나이에 죽음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산이다. 그러기에 소녀는 목놓아 운다. 네잎클로버에게 소원을 빌면서. 살려달라고. 다쿠마는 어린 나이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삶 자체가 힘겨움으로 가득하지만 그의 곁에는 네잎클로버같은 마유가 있다. 늘 병원을 찾는 게 일상인 다쿠마. 운동장에서도 그의 자리는 늘 한 구석이다. 마유는 궁도부에 가입해 활도 잘 쏘는 학생이지만 다쿠마는 달리기조차도 버겁다. 그런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추파를 던지는 학교친구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한다. 그 시합에서 지면 여자친구를 양보한다고. 다쿠마는 전력 질주를 한다. 꽤 오랜만에 뛰어 보는 달리기다.
우리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그 시간이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도 하고, 추억도 만들고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친구의 심장이식도 가족의 반대로 물거품이 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결혼도 하지 않고 그들은 신혼여행을 떠난다. 생이 마지막이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지 못하는 것은 유한한 생을 무한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이성의 키스제의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도,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마유에게 사랑을 요구한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아픔의 토로였을 것이다. 화면에 노출되는 시계의 초침은 그래서인지 일초 일초의 움직임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삶도 유한하기에 아름답지 않을까? 주어진 시간 동안 많이 사랑하고,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수한 동심이 인연이 되어 만난 애틋한 첫사랑. 하루의 신혼여행이 마지막 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운명. 다시 같은 상황이 주어진 대도 여전히 사랑에 변치 않을 것이라는 여주인공의 독백은 애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운명의 지침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뇌사상태에 빠진 가족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장기기증을 호소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 앞에 마유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결국 운명은 정해진 수순을 밟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도 그렇게 끝을 맺는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옛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세상의 그 어떤 고통과 아픔도 인생의 여정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인생이기에 고통도 참아내고, 아픔도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마유도 아마 첫사랑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유한한 삶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무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