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스토 / 책 읽는 수요일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주위에 사람이 많아도 그 속에서도 여전히 고독은 존재하는 법이다. 앤서니 스토의 < 고독의 위로> 는 그런 내 마음에 작은 위로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다.
언제부턴가 고독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것은 아주 긴 시간 동안 내 삶을 지배해 온 속성의 일부였다. 역설적으로 그런 속성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늘 마음이 풍요로웠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풍요 속의 고독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인식의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이 행복을 누리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인간관계일뿐이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인간의 거의 모든 불행은 고독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고까지 한다.
<고독의 위로> 는 인간관계를 행복의 지표로 삼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보다 관계지향적인 방향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시간들이 지나간 후의 공허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다. 모든 인간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나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다소 생경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될 명제가 많다. 이 명제들은 우리가 인간관계에만 천착하여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이를테면, 혼자 있는 능력,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충족감, 관계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등에서 보이는 것들이다. 사라 벤 브레스낙의 <혼자 사는 즐거움> 또한 가정과 사회에 예속된 상태에서도 혼자 많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한 화두를 던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면, 고독의 가치는 재조명될 여지가 많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융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이 책이 심리학 서적인지 철학 서적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난해함에 허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한 많은 위인들의 실례는 객관적인 자료로서 검증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할 터이지만 다소난해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독의 위로>를 읽으면서 그동안 쉽게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던 고독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또한 비록 미미하긴 하지만 고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창조적인 열정이 무의미한 인간관계에 천착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소중한 수확이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