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성 / 차이정원
저자의 대표작인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하는 인문학>,<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이라는 책을 통해 이지성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이 중에서 특히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인문학의 가치를 일깨워 준 책이어서 더욱 인상이 깊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신간, <에이트>라는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저자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에이트>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꿈꾸는 다락방>이 꿈의 가치를 일깨워주었고,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인문학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면 <에이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의 가치를 재정립하게 해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릇 작가라면 시대의 화두를 던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지성 작가는 꾸준히 독자와 공감하며 한발 앞선 혜안으로 미래의 눈을 틔워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무시무시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앞으로 약 70년 뒤에 한국인의 99.997%는 인공지능 때문에 사회, 경제적으로 난민 수준의 삶을 사는 프레카리아트가 된다는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아직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적어도 후손들의 삶이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암울한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결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책의 제목인 <에이트>는 숫자 8의 영문을 뜻한다. 인간이 기계에 대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PART1과 10년 뒤, 당신의 자리는 없다고 말하는 PART2에 대한 대안으로서 저자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8가지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분야를 잠식해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마저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말 그대로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역설적인 것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8가지 방법 중에 가장 첫 번째로 꼽는 것이 '디지털을 차단하라'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디지털과 관련된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겠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실리콘 밸리 가정과 기업에는 IT 기기가 없다'라는 소제목은 이런 저자의 주장에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년 전의 칼비테 교육법의 숨겨진 진실을 다루는 두 번째 대안 제시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 같은 기쁨을 선사한다. '노잉'을 버리고, '비잉'하고 '두잉'하라.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하라. 철학하라.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공감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라는 말들 속에는 여느 작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한때 교직의 길을 걸었던 저자이기에 교육과 관련된 주장들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미 군정 시기에 도입했던 미국의 공립학교 시스템이 주체적인 인간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종적인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라는 사실은 <리딩으로 리딩하라>는 책을 통해 강렬하게 각인된 바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인공지능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그 이상의 충격으로 뇌리를 흔들었다.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 디자이너 박웅현이 쓴 책의 제목처럼 - 책은 도끼다 - 책이 기존 생각의 틀을 깨야 하는 도끼라면 <에이트> 또한 그에 걸맞은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지만 앞의 두 부분은 서론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분량의 반 이상을 할애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8 - 에이트 하라'가 핵심이다. 세계 상위 0.01%가 실천 중인 '에이트'를 만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