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감독(2020) / 대한민국
소케 케이스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이 물질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영화의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이 작품은 금전이라는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짐승들의 혈투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이 작품의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일본 작품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더라도 거침없이 펼쳐지는 살인 장면에서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정도로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처음 포스터를 보았을 때 제목부터 왠지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푸라기도 잡고 싶을 정도라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일까. 그런데 짐승들이라니. 정확하게 예측은 하지 못했지만 뭔가 한 방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대략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욕망의 근원지는 돈가방이었다. 모두들 이 돈가방에 혈안이 되어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 세계에서는 애인도 가족도 필요가 없다.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의 대사는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큰돈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그게 니 부모래두”.
영화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소한 장면에도 분명 어떤 의미는 함축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영화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것을 발견해 내는 즐거움은 컸다. 바로 영화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뉴스 멘트가 그것이다. 자세히 내용을 들어보면 어떤 식으로든 영화의 흐름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 말해야 할 것들을 모두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장면이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고로 그냥 지나치는 듯한 신(scene)이라도 유심히 관찰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스토리여서 그리 신선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각기 처한 상황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역할을 통해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 몰입도는 컸다.
돈가방을 찾기 위해 쫓고 쫓기는 인간 군상들의 부질없는 욕망에 대한 추격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빗나간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큰 비극을 잉태할 수 있는지,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되짚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