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피터 잭슨 감독(2005) / 뉴질랜드, 미국

by 정작가

자연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단지 잠시 인간이 빌려 쓰고 가는 신의 선물일 뿐이다. 영화 <킹콩>은 인간이 그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 과연 어떤 식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소유하려 하는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에 힘입어 물질문명을 엄청난 속도로 발전시켜 놓았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의문에 직면하게 되고, 한층 고무된 그런 오만한 사고방식은 비로소 자연조차도 인간의 소유물로 전락시키고 마는 비극을 낳게 되었다. 비록 상상 속의 동물이긴 하지만 자연의 일부이고, 생명체인 '킹콩'도 그런 인간의 욕망에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자연과 벗 삼아 자유를 누리고, 인간을 믿고 사랑하던 킹콩이 분노의 화신이 되어 인간에게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야수가 된 것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에 대한 경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아닐까, 싶다.


아직도 개발논리에 밀려 지구촌 곳곳은 산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영화의 '킹콩'은 그런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리고, 자연을 사랑하라는 메신저로서 상징적인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욕망이 쌓은 바벨탑처럼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폭격기에 맞서다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며 포효하는 킹콩의 신음소리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폐허가 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는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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