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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장선우 감독(1999)/ 대한민국

by 정작가


작가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한때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을만큼 문제작이다. <거짓말>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해오던 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작품이다. 가학적인 변태성향을 지닌 두 남녀가 만나 성적교류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간다는 스토리로 구성된 이 영화는 여배우 김태연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게 했다. 가학적인 성향의 성적 취향은 '사디즘'이라고 하고, 피학적인 성향의 성적 취향을 '메저키즘'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양날의 칼처럼 이 두 가지의 성적 취향을 서로 공유하면서 둘 만의 공간과 행위에 길들여져 간다. 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듯이 이들도 처음엔 가는 회초리로 시작된 가학도구가 나중에는 야구방망이 같은 큰 도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적인 욕구는 끝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는 듯 하다.


세상에는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개인이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거짓말>은 영화의 제명처럼 우리 안에 숨어있는 욕망의 불씨들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들의 행위에만 비난을 가하는 우리의 이중성을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호기심으로 보게 된 <거짓말>은 큰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몰라도 기대치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6년전에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취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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