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짓는 늙은이

최하원 감독 / 대한민국

by 정작가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가정을 포기하며 연정을 찾아간 여인이 뒤늦게 참회하며, 남편이 죽었던 곳에서 아들과 재회를 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다. '소나기'를 쓴 황순원 작가의 작품이기도 한 '독 짓는 늙은이'는 추억을 상기시키듯 서정적인 풍경이 영화의 곳곳에서 펼쳐진다.


엄동설한에 눈밭에서 죽어가는 처자를 구한 노인. 그것이 부부연이 되어 젊은 나이에 환갑이 넘은 노인과 살면서 아들을 낳은 옥수. 그렇게 독 짓는 일상 속에서 전원생활은 이어지는 듯했으나, 연정을 찾아 나선 석현의 등장으로 그들의 관계는 뒤엉킨 채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던 영화이다. 목숨의 은인인 남편과 아들을 팽개치고, 연정의 상대인 석현을 따라 떠나간 옥수를 굳이 나무랄 것도 없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 선택일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아들은 양자로 입적되고, 남편은 가마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두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과연 한 사람의 욕망을 통제한다는 것이 불합리한 선택일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런 의문은 나중에 옥수가 참회하며 자기 남편의 죽음이 서려있는 공간에서 아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풀려버린다. 죄 많은 여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느꼈을 죄책감이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그런데 그 욕망으로 인해 주위에 미칠 영향을 망각해 버리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욕망의 속성인지 모른다. 욕망은 강렬하다. 그러기 때문에 오로지 그 한곳에 집중되는 것이다.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오로지 한 가지 목적으로 인해 다른 가치들은 소멸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욕망의 근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 통제될 수 없는 것이면서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역설적인 속성을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해결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인간이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삶의 원천이고,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데에 있다. 인간의 삶이 아이러니칼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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