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표현의 기술

유시민 / 생각의 길

by 정작가

<표현의 기술>을 쓴 유시민은 <거꾸로 쓰는 세계사>로도 알려진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국회의원, 장관 등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지금은 전업 작가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소개글을 보면 더욱 그렇다.


<표현의 기술>은 엄연히 저자가 둘이다. 주로 글은 유시민 작가가 쓰고, 정훈이라는 만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만화가라는 느낌이 드는데 얼마 전 찾았던 지역대학병원에서 그가 그린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책 제목처럼 ‘표현의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글은 가장 보편화된 도구라고 할 수 있지만 만화라는 장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원조인 웹툰은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기획자도 어쩌면 그런 시대의 흐름을 간파한 능력자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 같은 시대에 표현하며 산다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굳이 SNS의 유용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표현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임에는 분명하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말이다.


개인적으로 글과 그림은 표현의 수단으로서 관심을 가졌던 분야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그림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하는데 일조한 측면이 크다. <표현의 기술>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통해 일찌감치 글쓰기의 장인임을 드러냈던 그의 또 다른 글쓰기 책이라고 할 수 있기에 책을 고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작가와의 만남 또한 인연이라면 유시민 작가는 큰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책이 분신이라면 그와 대면한 것만도 벌써 몇 번은 족히 되기 때문이다.


<표현의 기술>을 읽다 보면 작가의 소신을 접할 수 있다. 정치인이었던 시절에도 그의 입담은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저자가 경제학과를 나와서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유시민 작가를 볼때 글을 쓰는데 전공은 크게 상관없겠다는 느낌을 갖게되기도 한다. 그만큼 논리적인 말하기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그이기에 글 또한 그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가히 부족하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소신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대작가에 빗대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을 통해서는 맹자나 칸트와 같은 명철들의 예를 들어 본성적인 인간의 속성을 파헤치기도 한다.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정치적인 쟁점에 대한 사안에서도 말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는 무릇 사회적인 관심사에 침묵하지 않아야 하고, 자신의 소신을 아낌없이 피력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의 또 한 저자인 만화가 정훈이 또한 유시민 작가의 글을 토대로 만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그만큼 공저자 간의 유대관계와 인식의 틀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제11장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에서는 만화가가 되기까지 걸었던 작가의 인생 역정이 그대로 투영된다. 같은 세대를 산 사람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만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림을 향한 꿈을 꾸고 있는 이유도 그런 시절의 애틋함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굿바이 게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