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균 / 심플라이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생각처럼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행동을 제약하는 수많은 규칙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이 그리 녹록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복잡한 사회 구조속에서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돌보며 사는 일이란 사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때론 예기치 않은 상황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일일이 반응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참고 살아가는 동안 정작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다.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화병’은 이런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물질은 풍요하지만 정신적인 가치를 소홀하게 된 결과 이제는 정신과 마음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에 발맞춰 나온 <자존감 수업>은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자존감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용어의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자존감과 비슷한 용어인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이란 용어의 의미를 자존감과 비교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린 종종 자존감과 자존심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이 책에서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면 그 차이를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자존감은‘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관한 답’이고, 자존심은 그에 수반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존감을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회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행복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표현대로 자존감이 최고의 스펙이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타인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유교적인 관습에 영향을 받다 보니 자기표현에 서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다. 이렇듯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을 지키는데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것들을 극복하는 방법들은 없을까? 저자는 말한다. 상처, 비난에서 벗어나라고. 저자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이라는 방법을 통해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실천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자존감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많다. 그만큼 자존감은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인 작용이 얽히고설켜 감정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복합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 회복 훈련을 통해 흐트러진 나를 곧추세우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겠다. 자존감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잣대인 만큼 그 실체를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자존심에 너무 큰 비중을 두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니 자존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어떠한 경우라도 자존감을 해치는 요인들이 무분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존감이 무너진다면 인간 본연의 가치인 존재론적 의미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곧잘 무시해 버리기 쉬웠던 자존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