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 토네이도
인생에서 조기 기상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못하는 이상향 중의 하나가 바로 조기 기상이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세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지만 그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다. <하버드 새벽 4시 반>이라는 책을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침 기상은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그리고 다시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책을 대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이상 아침 시간을 외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생의 낭비였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지침을 주는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김태광 작가의 <술이 인생을 망친다>라는 책을 읽은 후 몇 년 안 되어 술을 끊게 되었고,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통해 인문고전의 가치를 인식하고 평생 인문고전을 읽기로 다짐한 적도 있다. 그렇게 인생의 변화를 추동하는 지침서로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인연이 되었다.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지만 달콤한 아침잠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인생의 위기 상황마다 악습을 하나씩 끊어내었다. 이번에는 악습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인 수면의 가치를 도려내어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실함의 표현일 수 있겠다. 그렇다고 건강을 해쳐가며 운명을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해서 어떻게 하면 아침 기상을 실현하여, 인생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수면 시간의 패턴을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대개의 경우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드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다. 잦은 야근과 외식, 인터넷과 통신망의 발달로 한껏 많아진 볼거리 등은 잠시라도 심심한 시간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스마트폰이라는 괴물은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멍 때리는 시간도 없이 인생은 꽉꽉 채워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삶은 더욱 피폐해졌을 뿐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조기 기상의 가장 큰 열쇠인 조기 수면을 정착시킬 수 있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일찍 자고서도 늦게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조기 기상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운명의 무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의 무게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일찍 자더라도 일찍 일어날 수 없다. 주변에 설치해 놓은 수많은 알람 도구들은 그저 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유진은 책날개에 자신을 변호사이자 새벽 기상의 힘을 전파하는 파워 인플루언서로 소개하고 있다. 남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용어로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의 익숙한 언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때 파워블로거라는 용어가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를 한정했다면 인플루언서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말한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왔을 때마다 동이 트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일어났다'라고 말이다. 그렇게 저자는 '매일 계속되는 일상에 지치고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아무도 나를 방해할 수 없는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면 삶의 터닝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라고 역설(力說) 한다.
조기 기상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는 온전한 시간을 매일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과업이랍시고,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았지만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래도 코로나 상황이라 시간을 어느 정도 낼 수 있지만 그전에는 빈틈없이 채워진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적이 많았다. 이런 저러한 일들에 휩쓸리다 보면 정작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그런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아무리 저녁에 시간을 낸다고 하더라도 워낙 변수가 많아 자기 뜻대로 시간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하지만 변수 없이 매일 규칙적으로 일정한 시간을 확보한다면 원하는 일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점에 착안하여 조기 기상을 통해 아침 시간을 확보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조기 기상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실제로 기상과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 책 또한 한 번 읽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와의 인연은 남달랐다. 몇 년 동안 답보상태였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찾던 중에 서가에서 책 제목이 딱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집안에 수천 권의 책이 있어도 정작 인생을 바꿔줄 한 권의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이 책이 인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인생 변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따름이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충고와 교훈의 말을 던져도 정작 내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사상을 이야기하고, 삶에 지혜를 던져주는 책을 만나도 정작 독자가 그 책의 가치를 외면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않으니만 못하다. 고로 아무리 좋은 떡이라도 내 입속에 집어넣고 음미해 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훗날 새로운 인생의 변화를 추동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고 자부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새벽 기상을 실천한 구독자들의 실제 후기'라는 제목으로 구독자들의 의견이 실려있다. 대부분의 의견을 보면 저자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새벽 기상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언급한 사람들이 많다. 아직 저자의 동영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새벽 기상의 정착을 위해 저자의 영상을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관련 계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튜브 김유진 미국변호사 YOOJIN
인스타그램 @mslegalstory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이른 기상을 통해 저녁에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새벽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이전에 읽었던 비슷한 책들 또한 그런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가 직접 밑줄 친 부분을 인용해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에게 새벽은 극한으로 치닫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충전하는 휴식시간이다.
이 구절을 읽어보면 새벽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오로지 무언가를 집중해서 처리하기 위한 시간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휴식을 바라보는 저자의 인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만큼 진정한 휴식은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진리를 새벽에 가장 크게 느낀다.
그렇다. 저자에게 새벽 시간이란 진정한 휴식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휴식 시간 동안에 여유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흐트러졌던 리듬을 회복하고, 하루의 일을 설계하는 과정은 금방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패턴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게 느껴진다. 장마다 부록 형식으로 배치한 '최고들의 아침 습관'이라는 지면에서는 세상의 흐름을 선도하는 이들의 아침 활용법을 읽을 수 있어 조기 기상이 성공 조건의 선결과제임을 인식하게 만든다.
저자의 주장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해서 늘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밀린 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간단한 운동을 할 수도 있다. 독서를 할 수도 있고,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부족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실제로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할 일들이 많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보다 흩어져 있던 일들을 조금씩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아침 일기를 쓴다든지 신문을 읽고, 공개 포스트를 올리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서재 주변을 가볍게 정리해도 된다. 아침에 그런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기만 하더라도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늦게 일어나 미처 정리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때와는 결이 다른 일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16장의 하루를 주도하는 플래너 작성법을 읽어보면 좋겠다. 여기에서는 기상 시간부터 취침 시간까지 살펴보기, 조정할 수 없는 시간 표시하기, 남는 시간 중 활용 가능한 시간 확보하기, 추가 자유 시간 확보하기 등 저자가 실제로 일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요목을 항목별로 세세하게 표기해 놓았다. 이 부분을 참조한다면 어려운 습관을 깨고 확보한 아침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새벽은 '변화의 씨앗을 심는 시간'이다. 매일 이런 시간들을 꾸준히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믿음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그런 책 중의 하나임을 확신한다. 참고로 이 글 또한 새벽 시간을 활용해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