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

by 정작가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사고를 전해 듣고,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정작 그 일이 내겐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실제 자신에게 일이 닥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내겐 아파트 화재가 그랬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정확히 2년째 되는 그날, 집에서는 불이 났다. 그날은 회사에서 당직을 하고 오전 근무를 한 다음 들어갔는데 자전거를 끌고 집을 향하다 보니 소방차가 굉음을 내며 집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집인가 재수 옴 붙었구먼’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집으로 올라가자니 집 주변에는 소방차 몇 대가 늘어서 있고, 소방관들은 불을 끄고 있었다. 그 때야 비로소 불난 그 집이 우리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이 타 들어가면 갈수록 마음도 타들어갔다.


모친을 잘 모시고 살라고 사촌 형이 사준 아파트가 2년 만에 잿더미가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 내 방에 있는 집기만 타고 안방까지는 불이 타들어 가지 않은 상황이라 불행 중 다행이긴 했지만 그을음이 온 방안을 덮쳐 집안은 아수라장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화재가 자주 났었다. 늘 그런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안타까워했지만 정작 우리 집이 그렇게 되고 보니 할 말이 없었다. 놀라운 것은 얼마 전부터 내 방에 들어가게 되면 그렇게 방이 싫었던 것이다. 그냥 확 불이라도 났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고, 그런 생각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화재가 났던 것이다. 물론 예지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느낌이 현실이 되니 놀랐던 것은 사실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부정하려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 장기휴가를 내고 집을 복구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불길에 덮친 화마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동으로 옮기자고. 그것은 지난 8년 동안 아무리 노력을 해도 끊지 못했던 담배를 끊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났다. 그 이후로 담배를 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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