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

by 정작가

지금은 고향의 저수지가 타지에서 낚시를 하러 올만큼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저수지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 근처에는 헤엄칠 수 있는 물 웅덩이가 몇 군데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이 언제인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적어도 저수지가 완공되기전이니 꽤 오래전의 일인 듯 하다. 그 웅덩이에서 헤엄도 잘 못 치면서 동네 친구들과 물놀이를 했다. 물속으로 잠수도 하고, 마치 영화에 나오는 죠스 흉내도 내면서 그렇게 여름의 한때는 잘 흘러가고 있는 듯 했다. 헤엄을 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로 바닥을 확인했던 것을 보면 그리 깊은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땅 밟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발이 쑥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시야를 에워싸고 있었다. 물에 빠진 것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소리는 물 속에 묻히고 말았는지 주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순간 지나왔던 많은 일들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친구들의 도움으로 뭍으로 건져졌을때는 배만 볼록하더란다.


자초지종은 그랬다. 물 속에서 발을 디디며 헤엄을 치다가 진흙구덩이 쪽으로 발을 헛디뎌 순간 발이 쑥 빠진 것이었다. 순간 반사신경으로 물속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것이 친구들 눈에는 장난으로 보였고, 갑자기 두 손을 쭉 뻗고 가만히 있더란다. 물에 빠졌을때는 허우적 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했던 것이다. 다행히 친구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장난이 아닌 것 같아 도와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사건이었다. 아직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린다. 물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물거품만 보글보글대는데 순식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은 그만큼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이었을까? 유년시절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그때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지금 살아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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