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킹덤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2018) / 미국, 스페인
1993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영화로 대단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영화이다 보니 이후에도 연작은 물론 수많은 아류작들이 탄생되긴 했지만 원작을 상회할 만큼 대단한 작품이 탄생하기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2018년 개봉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이전의 신화를 재연하기라도 하듯 비교적 탄탄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이전처럼 큰 흥행기록을 내지는 못했지만 제법 <쥬라기 공원>에 근접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지상 최대의 테마파크인 ‘쥬라기 월드’가 폐쇄된 이후 화산 폭발의 조짐이 일어나자 공룡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구출작전을 펴기 위해 몇몇의 사람들이 파견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거대한 음모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첫 장면을 보면 해저에서 소형 잠수함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마치 영화 <타이타닉>의 콘셉트를 베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국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일정 부분 <타이타닉>의 장면을 차용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타이타닉>이 유명한 영화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액션 판타지 영화답게 이 작품에서는 볼거리가 많다. 화산섬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각양각색의 공룡들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하는 장면은 가장 볼만하다. 엄청나게 다양한 공룡이 나오지는 않지만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인 공룡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한다.
유튜브를 보면 인류나 지구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주로 기독교 계통에서 만들어진 영상물 중에 그런 것들이 많은데 수 십 억년 된 지구의 나이를 축소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을 이용한 연대측정법에 오류가 많다는 것을 들어 현재 과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설들을 부정하기도 한다. 공교육 시스템에서도 점차적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경향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객관적으로 그것을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공룡 화석들을 보면 수억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의 뼈가 아직까지도 퇴적층에서 발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정확한 것을 알 수 없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진리라는 사실에는 회의를 품는 것이 그나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멸종될 위기를 맞는 공룡을 구하러 간 원정대는 사실 상업적인 이익을 노린 음모의 마수에 걸려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볼만하다. 특히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괴 공룡은 마치 한국 영화 <괴물>에서 등장하는 괴물처럼 인간의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욕망을 상징하는 동물로 그려진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일종의 우화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종인 공룡조차도 인간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설정은 지구를 마치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빗나간 세계관을 질타하는 듯하다. 지구라는 축복받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는 각기모두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우화에 불과하다. 지구의 모든 종이 그 나름의 가치와 생명 탄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편협한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좀 더 큰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